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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 윤여정은 영화의 주제를 드러내는 상징적 존재와 같다[리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2.22 16:36

수정 2021.02.22 17:03

영화 '미나리' (사진=판씨네마㈜ 제공) 2021.02.19. photo@newsis.com /사진=뉴시스
영화 '미나리' (사진=판씨네마㈜ 제공) 2021.02.19. photo@newsis.com /사진=뉴시스
[서울=뉴시스]영화 '미나리' 스틸. (사진=판씨네마㈜ 제공) 2021.02.19. photo@newsis.com /사진=뉴시스
[서울=뉴시스]영화 '미나리' 스틸. (사진=판씨네마㈜ 제공) 2021.02.19. photo@newsis.com /사진=뉴시스
[서울=뉴시스]영화 '미나리' 스틸. (사진=판씨네마㈜ 제공) 2021.02.19. photo@newsis.com /사진=뉴시스
[서울=뉴시스]영화 '미나리' 스틸. (사진=판씨네마㈜ 제공) 2021.02.19. photo@newsis.com /사진=뉴시스
영화 미나리 스틸 © 뉴스1 /사진=뉴스1
영화 미나리 스틸 © 뉴스1 /사진=뉴스1
'미나리' 스틸컷/판씨네마 제공 © 뉴스1 /사진=뉴스1
'미나리' 스틸컷/판씨네마 제공 © 뉴스1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는 지난해 ‘기생충’의 뒤를 이을 오스카 화제작이 될까? 배우 윤여정은 한국 영화팬들의 바람대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를까?

지난해 미국 독립영화계 축제인 제37회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 및 관객상을 수상한 ‘미나리’는 지난 1년간 미국 영화협회 및 시상식에서 연기상 등 65관왕에 오르며 오는 4월 예정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를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3월 3일 국내 개봉을 앞둔 이 영화는 낯선 미국 땅에서 두 아이를 낳고 살던 제이콥(스티브 연)이 아내 모니카(한예리)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칸소라는 시골마을로 이사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바탕이 됐다.

이 영화는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한 가족의 이민 성공담이라기보다 오히려 새로운 출발선상에서 서로 갈등하면서 희망을 찾으려했던 한 가족의 고군분투기에 가깝다. 젊은 부부의 치열했던 인생의 한 챕터는 삶의 지혜를 일깨우며, 가족의 사랑을 돌아보게 한다.


영화는 제이콥의 아내 모니카가 남편의 이삿짐 트럭을 따라 인적이 드문 시골길을 연신 두리번거리면서 운전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병아리감별사로 일하며 제법 목돈을 번 제이콥은 자신의 땅에서 농장을 일구겠다는 포부로 시골마을 아칸소로 이주한다. 하지만 아들의 심장병이 걱정인 모니카는 병원과 1시간 거리에 있는 이 시골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설상가상 남편이 집이라고 안내한 곳에는 일자 형태로 된 바퀴달린 조립식 주택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토네이도가 몰아친 밤, 부부는 급기야 격렬한 부부싸움을 벌이고 결국 한국에 홀로 사는 모니카의 모친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한다.

한국전쟁에서 남편을 잃고 딸을 홀로 키운 순자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헌신적인’ 할머니가 아니다. 손주를 위해 맛있는 음식을 척척 만들지도 않고, 비교육적인 화투를 가르치는가 하면 프로레슬링을 보면서 깔깔대며 웃는다. 의젓한 큰딸과 달리 장난꾸러기 아들은 할머니가 “냄새나고 이상하다”며 몹쓸 장난을 치고, 아빠는 그런 아들을 혼낸다고 매를 들려하지만 할머니는 “재미 있었다”며 말린다. 제이콥의 농장일은 계획대로 잘 풀리지 않고, 설상가상 순자가 시름시름 앓게 되면서 부부의 갈등은 최고조에 이른다. 한편 부부의 고난과 별개로 순자가 맑은 물가에 심은 미나리는 어느새 쑥쑥 자란다.

‘미나리’는 한 가정이 치열하게 통과한 인생의 가시밭길을 감상적이지 않게 담담히 그려낸다. 한화 20억원대의 저예산 영화라 완성도에 아쉬움이 남지만, 영화 속 가족의 분투는 깊은 울림을 전한다. 가장의 무게를 짊어진 제이콥의 절망과 몸부림은 세상 모든 아버지의 마음과 닮아있다. 눈앞의 목표에 매몰돼 소중한 것을 간과한 남편에게서 서운함을 느끼는 아내의 심경도 공감을 자아낸다. 무릇 아이들은 전쟁 같은 하루 속에서도 무럭무럭 커가듯, 부모와 할머니의 큰 사랑 속에서 무탈하게 자라는데 그 모습 자체가 왠지 모를 위안을 안겨준다.

윤여정이 연기한 할머니는, 이 영화의 주제를 드러내는 상징적 캐릭터로 다가온다.
인생은 늘 계획대로 되지 않고, 대다수가 눈앞의 목표에 매몰돼 소중한 것을 간과하기 쉬우며, 때때로 행운은 불행으로 둔갑하고, 오히려 불행이 삶의 새로운 문을 연다. 마치 변덕스런 날씨와 같은 인생의 격랑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얼까? 열정, 희생과 같은 가치도 중요하지만 이 이상한 할머니가 지닌 여유와 유머감각이 아닐까.

“누구나 이 영화 속 가족을 통해 자신 가족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주인공 스티브 연의 말처럼, ‘미나리’는 한 한인 가족의 특수한 경험담에서 벗어나 인종과 국경을 떠나 누구나 공감할 보편적 가족이야기로 다가온다.


이 영화의 제작자 크리스티나 오는 “어떤 가족이든 함께 하려고 애쓰는 것은 미친 듯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사람을 사랑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고, 때론 엉망이 되지만, 하루의 끝에 가족의 사랑을 느끼면 그게 진정한 것이고, 의미있는 일”이라고 전했다. 3월 3일 개봉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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