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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돌진하는 황소상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2.22 18:00

수정 2021.02.22 18:00

미국 뉴욕 윌가의 상징에서 뉴욕 전체의 랜드마크로 떠오른 돌진하는 황소상./사진=뉴시스
미국 뉴욕 윌가의 상징에서 뉴욕 전체의 랜드마크로 떠오른 돌진하는 황소상./사진=뉴시스
황소는 금융가의 상징물이다. 증권시장에서 장기간 상승장을 불마켓(Bull Market)이라 부르고, 장기간 약세장은 베어마켓(Bear Market)이라 부른다. 두 짐승의 공격법에서 차이가 연유했다. 황소는 뿔을 이용해 상대를 들이받는다. 따라서 황소는 장세가 위로 치솟는 상승장을 의미한다.
반면 곰은 상대를 잡아 땅으로 내리꽂기 때문에 하락장을 의미하게 됐다.

미국 뉴욕, 중국 상하이와 홍콩, 독일 프랑크푸르트 등 세계 각국의 자본시장 중심지엔 황소상이 있다. 국내에도 3곳의 황소상이 있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신관 로비에 황소가 곰을 들이받는 순간을 포착한 청동 조형물이 대표작이다. 또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정문 앞에는 스페인 투우를 연상하는 험상궂은 황소상이 버티고 있다. 1994년 국내 처음으로 여의도 대신증권 앞에 세워졌던 황소상은 명동 신사옥으로 이전하면서 사라졌다. 새 금융허브로 조성되는 부산 문현동 부산국제금융센터 앞에 2018년 부산 황소상이 섰다.

전 세계의 황소상 중에서 미국 월가 뉴욕 증권거래소 앞 '돌진하는 황소상(Charging Bull)'이 가장 유명하다. 월가의 상징에서 뉴욕의 랜드마크로 떠올랐다. 이 동상을 만든 이탈리아 조각가 아르투로 디 모디카가 80세의 나이로 지난 21일 고향 시칠리아에서 세상을 떴다는 소식이다.

이 조형물이 불법시설물이었다는 점이 놀랍다. 모디카는 '블랙 먼데이'가 발생한 1987년 12월, 미국 경제의 회복을 기원하면서 사재 35만달러를 투입해 무게 3.2t, 길이 4.9m에 달하는 거대한 황동 황소상을 제작했다. 친구 40여명과 크레인을 빌려 7~8분 간격인 경찰 순찰차의 빈틈을 노려 단 5분 만에 황소상을 기습 설치했다.
당국의 허락은 받지 않았다. 뉴욕시는 불법 설치물을 철거하려 했지만, 뉴욕 시민의 반대로 황소상은 현재까지 지역 명물로 남았다.
영국을 대표하는 조각가 헨리 무어가 '젊은 미켈란젤로'라고 극찬한 모디카는 갔지만 그가 남긴 황소는 미국 자본시장의 번영을 약속하는 징표가 됐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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