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 연극 '파우스트 엔딩' 파우스트役 김성녀
코로나로 한차례 일정 미뤄지고
낙상으로 어깨뼈 골절 부상까지
신이 내게 까불지 말고 진중하게
잘해보라고 시간 벌어준 것 같아
1년여 거치며 서로의 허점 메워
숙성된 작품 올릴 수 있어 다행
코로나로 한차례 일정 미뤄지고
낙상으로 어깨뼈 골절 부상까지
신이 내게 까불지 말고 진중하게
잘해보라고 시간 벌어준 것 같아
1년여 거치며 서로의 허점 메워
숙성된 작품 올릴 수 있어 다행
5살 때부터 무대에 올라 벌써 배우 인생 65년, 국악인이자 연극계 대모인 김성녀가71)가 칠순이 넘은 나이에 또다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오는 26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하는 국립극단 연극 '파우스트 엔딩'의 주인공 파우스트 역으로 다음달 28일까지 한달여간 열연을 펼친다.
괴테가 60여년에 걸쳐 완성한 소설 '파우스트'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이 작품은 조광화 연출의 재창작을 거쳐 새롭게 태어났다. 세간에 널리 알려진 고전으로 이미 수많은 무대에서 다뤄졌던 작품이지만 이번에는 캐스팅부터 남다르다. 그간 남성 배우의 전유물이었던 파우스트 역에 여성으로서 김성녀가 자리를 꿰찬 것부터 새롭다.
김성녀는 22일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7년여의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임기를 마친 직후 새롭게 찾아온 작품이 파우스트였다"며 "그간 모노드라마 '벽속의 요정'을 통해 꾸준히 홀로 무대에 올랐지만 창극단 예술감독을 하는 동안 수많은 이들과 함께 오랜 연습을 필요로 하는 작품에 참여한다는 건 언감생심이었는데, 수많은 이들과 합을 맞춰가며 연극 연습을 할 생각에 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또 여성·남성의 관점을 벗어나 그저 인간로서 파우스트라는 역할에 접근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기꺼이 대본을 받아들었지만 첫 시작부터 실제로 무대에 올리기까지의 시간은 지난했다. 당초 이 공연의 개막 예정일은 지난해 4월 3일이었다. 연습을 이어가던 지난해 초 전세계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했고 공연 개막이 한차례 연기됐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3월 30일 낙상 사고를 당하면서 어깨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 국립극단이 당시 공연을 취소하기로 발표하면서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나 싶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전화위복이 됐다. 국립극단이 지난해 취소됐던 공연들을 다시 올해 올리기로 결정하면서 올해 첫문을 여는 공연으로 선정됐다.
김성녀는 "지금 생각해보니 지난해 예정대로 했다면 저의 혈기와 열정에 파우스트가 묻히지 않았을까 싶다"며 "그런데 1년의 시간을 거치며 이 작품이 숙성될 시간이 생긴 것 같다. 신이 내게 까불지 말고 진중하게 더욱 더 잘 해보라고 시간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많은 공연이 취소되고 사라졌던 시간 동안 나는 어깨 부상으로 재활의 시간을 가졌는데 이 작품으로 조만간 무대에 설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더 열심히 회복에 집중하며 버텼던 것 같다"며 "우울함 없이 긍정적으로 행복해하며 작품의 캐릭터를 더욱 깊이 연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2년여의 준비기간 동안 김성녀는 파우스트와 씨름하며 요즘의 세태를 더욱 살펴보게 됐다. "세기말과 인류세, 종말이라고 하는 이야기들이 넘쳐나는 요즘인데 오래된 작품이지만 지금의 세태에 경종을 울리는 작품으로 가장 적절한 시기에 무대에 오르는 것 같다"며 "괴테가 60여년을 씨름하며 써온 작품이지만 스스로 완벽한 작품이라고 불리지 못한 이 작품, 그 안의 고뇌에 휩싸인 노학자가 성별을 벗어던지고 그저 인간으로서 다시 무대에 소환됐다. 그 과정에서 그레첸과의 사랑은 남녀의 것을 벗어나 인류애 등 더 큰 개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됐고 그 고민들이 이 작품에 녹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원작의 많은 것들을 담아내려 고민했으나 준비 기간 동안 오히려 더 순수하고 담담하게 극이 변모했고 결말은 원작과 달라졌다. 여전히 배우들과 제작진은 헛점을 계속 메우면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며 "들개 퍼펫(인형)과 가면 등 이색적인 소품으로 볼거리도 다양한 작품이 됐다. 수많은 행보 속에서 자신의 말에 책임지며 최선을 다해 파멸까지 걸어가는 파우스트의 모습을 본 관객들의 마음 속에 물음표가 새겨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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