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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톡] 축제보다 '통제'로 기억되는 中 양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2.23 18:00

수정 2021.02.23 18:01

[차이나 톡] 축제보다 '통제'로 기억되는 中 양회
지난해 4월 중국 베이징에서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로 작은 운동기구를 하나 주문했다. 집에서나마 몸을 움직여 보겠다는 생각에 결제 버튼을 눌렀다.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외출이 자유롭지 못했던 탓이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물품을 손에 쥔 것은 3개월이 지난 6월이 되어서다. 중국은 택배 문화가 한국만큼 발달해 있다고 들었는데, 부임 초기 이해하기 힘들었다.

중국 베이징은 매년 봄이면 긴장감이 흐른다. 사회주의 특성인 '통제' 이미지가 강한 국가의 수도지만 이 시기는 유독 그렇다. 통상 춘제(중국의 설)가 끝난 후인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가 정점이다.
지난해엔 코로나19 확산 우려 때문에 4월 말을 즈음해 통제와 감시가 심해지기 시작했다.

중국은 연간 여러 개의 정치행사를 벌인다.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중앙정치국회의, 베이다이허 회의, 중앙위원회 전체회의, 경제공작회의 등이 계획표에 정리돼 있다.

이 가운데 핵심은 양회다. 한 해 정치·경제 등 정부의 운영방침이 결정된다. 통상 양회는 2주간 개최되며 전국에서 5000여명의 대표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모여 그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재정적자율, 물가목표치, 통화정책, 고용 등의 목표를 세우고 예산안과 주요 법안을 비롯한 여러 가지 안건을 확정한다.

그만큼 내외신의 관심도 뜨겁다. 미국과 맞서는 사실상 유일한 국가이며 주요 2개국(G2)을 주장하는 대국이 경제·정치의 1년 청사진을 내놓는 행사를 개최하는데,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양회의 개최 시점이 3월 초다. 지난해엔 1978년 이후 처음으로 코로나19 때문에 어쩔 수 없이 5월로 연기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통제가 시작되며 양회 시즌이 왔음을 알리고 있다. 중국 국가우정국은 25일부터 베이징으로 들어가는 우편·택배에 대한 2차례 안전검사를 실시한 방침이라고 밝혔다. 총기, 화학류나 음란물, 화학물질 등이 베이징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운송업체들에 지시했다.

또 식품 규제당국은 최근 메이퇀 등 음식배송업체들을 소집해 식품 안전을 강조하기도 했다. 양회가 열리는 인민대회당 주변은 무장경찰 등 공안병력의 삼엄한 경계에 벌써부터 들어갔다.

중국이 베이징으로 유입되는 인적통제를 강화한 것은 지난 1월부터다. 코로나19 주요 확산 지역에서 오는 것을 아예 금지시키거나 7일 이내의 핵산검사 음성 결과 제시와 14일간 정밀 모니터링을 적용했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외국적 거주인의 비자를 제한하고 유학생 등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물론이다.

양회는 정책 계획과 함께 정치적 메시지를 통해 사회주의 체제 우월성과 정권의 포용성 등을 세계에 홍보하는 대표적인 수단도 된다. 중국 정부는 소수민족들에게 화려한 전통복장을 착용케 해 이목을 집중시키고 때로는 대중적 스타들을 참석시켜 홍보의 극대화를 노린다. 그래서 양회를 최대의 정치 이벤트 혹은 축제라고도 중국 관영매체는 부른다.


그러고 보니, 지난해 작은 운동기구가 양회 이후에야 겨우 배달된 것도 '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 우려가 있다'는 게 명분이었다. 외신은 원칙적으로 취재가 허용되지 않았다.
양회가 축제보다는 '통제'로 기억된 이유가 여기 있는 듯하다. jjw@fnnews.com 정지우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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