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올해 총 1조원 규모의 '시민숙의예산'을 편성했다. 시민숙의예산은 서울시가 예산편성 과정에 시민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추진하는 제도로 서울시민이면 누구나 직접 참여할 수 있다. 지난해 예산이 6000억원 규모였던 것을 고려하면 큰 폭의 확대이며 시 예산의 5% 수준에 이른다.
서울시에서 '시민숙의예산' 총괄은 오관영 서울민주주의위원장(사진)이다. 그는 재정 분야에서 시민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한 활동을 꾸준히 펼쳐온 시민운동가 출신이다. 특히 예산감시 운동과 함께 참여예산의 국내 도입과 확산에 힘써왔다.
25일 만난 오 위원장은 '시민숙의예산에 대해 "참여예산은 시민이 예산과정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대표적인 참여민주주의 제도"라며 "서울시에 도입된 지 10년이 지난 만큼 이제는 시민이 예산과정에 참여한 성과를 체감해야 할 시기"라고 밝혔다.
실제 서울시 '시민숙의예산'은 갑자기 생긴 제도가 아니다. 지난 2012년 도입된 서울시의 '시민참여예산'을 확대·발전시킨 것이다. 기존 시민참여예산은 시민이 직접 제안한 사업만을 대상으로 한 반면, 시민숙의예산은 행정 주도로 편성된 기존 사업들까지 숙의의 과정에 포함시킨다. 숙의의 과정에는 숙의대상 사업 선정, 사업의 적정성 및 우선순위 판단, 산출근거 검토 등 예산 편성의 모든 단계가 포함된다. 갈수록 '시민숙의예산'의 규모도 커지고 있다. 지난 2019년 시범 실시 당시에는 예산규모가 2000억원 수준이었지만 올해에는 1조원으로 5배나 커졌다.
오 위원장은 "시민이 예산과정에 참여하는 범위를 대폭 늘림으로써 시민의 정책 결정력과 재정주권을 강화하고 행정이 가진 권한을 시민과 더 많이 공유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숙의예산을 통해 예산과정에 시민 참여의 규모와 범위를 확대할 뿐 아니라 우수사례 발굴·확산에도 힘쓰고 있다.
대표 사례로 오 위원장은 은평구 시민의 제안으로 시작된 '구산동 도서관 마을 사업'을 꼽았다. 그는 "지역주민들은 옛 구산동주민센터 건물을 공공도서관으로 활용하고자 열흘 만에 2008명의 서명을 받아 구에 청원서를 제출해 부지 예산을 확보할 수 있었으나 건축비를 마련하지 못해 예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 시민참여예산에 사업을 제안해 지원을 받아 완공을 이룰 수 있었다"며 "정책결정, 예산확보, 설계·건축, 공간배치 등 도서관 건립 전 과정에서 시민과 행정이 공조함으로써 실질적 민관 협치를 실현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더 많은 시민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온라인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민들의 온라인 참여 플랫폼인 '민주주의서울'을 통해, 시민 제안이 예산을 수반한 정책으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힘쓰겠다는 방침이다.
오 위원장은 8월말 참여예산 관련 국제컨퍼런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참여예산 선도도시로서 서울시 참여예산을 세계에 알리고 재정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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