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뉴스]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이에 따른 배상·보상의 법적 책임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백신 제조사들 대부분 부작용에 대한 법적 책임을 면제받는 조항을 포함해 사망사고 등이 발생해도 책임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상금을 국가가 우선 지불하고 향후 제약사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것도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백신 자체가 잘못 설계됐거나 제조사 과실 등이 향후 밝혀지는 경우, 백신의 유통·저장 단계에서의 문제, 접종 단계에서 의료기관의 과실 등이 밝혀지면 책임소재에 따라 제약사, 국가, 의료기관 등에 배상 및 보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
■백신 제조사는 '갑' 면책조항 강해
2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날부터 국내에서 백신 접종을 시작한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부작용으로 사망 사고 등이 발생해도 이에 따른 법적 책임을 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각국 정부와 계약할 때 제품 부작용에 대해 법적 책임을 면제받는 조항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백신 개발에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정부 자금을 지원받는 대신 약 20억회분을 수익을 남기지 않고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의료법전문 신현호 해울 변호사는 "수익이 큰 항생제, 치료제와 달리 백신은 감염병이 사라지면 생산시설을 다 폐기해야 해서 제약사가 '갑'이고 국가가 '을'일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백신접종 부작용을 세금으로 지급해도 향후 구상금 청구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권호훈 오킴스 변호사는 "아스트라제네카가 이득을 보지 않고 백신을 공급하거나 부작용을 사전 고지해 사고가 나도 책임은 해당 국가나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같은 기관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작용 사망, 최대 4억3000만원 보상
질병관리청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이 지난 24일 공개한 보상안에 따르면 백신 접종 후 사망시 백신 접종과 연관성이 확인될 경우 4억3000여만원의 보상금이 지급된다. 지난해 월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20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장애가 발생할 경우 정도에 따라 사망 보상금의 55~100%가 지급된다.
하지만 정부와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으로 사망에 이른 사례는 없다고 보고 있다. 앞서 노르웨이에서 화이자 백신을 맞은 고령자가 사망했는데 백신 접종과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발표됐다. 가장 우려되는 상황이 '아나필락시스(접종 직후 전신에 심한 알레르기가 나타나는 증상)'인데 이마저도 확률이 낮다는 것이다.
김강립 식약처장은 이날 아침 한 라디오프로그램 인터뷰에서 "안전성 심사를 위해 기존 중앙약사심의원회 심사와 사전 실무자급 전문검증, 사후 외부 전문가 최종심사 등 3중 심의를 거쳤다"며 "모든 백신은 면역 반응으로 이상반응이 나타나는데 백신을 안 맞았을 때보다 맞았을 때 위험이 훨씬 덜 하다"고 설명했다.
■국가·의료기관 등에 개인소송은 가능할 듯
백신 부작용의 경우 책임 소재에 따라 크게 제약사, 국가, 의료기관 등 3곳으로 나뉘며 개인의 경우 향후 백신 부작용이 밝혀질 경우 이들에게 소송을 거는 것은 가능할 수도 있다.
신 변호사는 "예를 들어 의료기관이 백신을 영하에서 보존을 하지 않거나, 주사 과정에서 소독을 잘못하는 등 과실이 밝혀지면 개인이 소송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스트라제네카에도 제조상 과실, 제품 설명을 잘못한 것이 밝혀지면 개인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개인이 이를 입증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실현 가능성은 낮다.
이동찬 더프렌즈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현실적으로 개인이 백신 부작용을 입증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며 "아스트라에 대한 손해 배상 청구가 법률적으로 가능하지만 청구 자체의 실익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백신 부작용에 대한 현실적 손실보상은 우리 정부나 보건 당국에 달렸다.
허수진 대륙아주 변호사는 "질병관리청 산하 예방접종 피해보상전문위원회에서 부작용 인과 여부 등을 조사해 보상 규모 등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위원회 결정에 대해 불복할 수 있는 절차들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원회에서 피해보상이 거절될 경우 피해자 및 유가족 등은 이에 대한 취소소송을 하거나 복지부장관, 국가 등에 행정소송을 할 수도 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김지환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