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독] '수술실CCTV' 면담 거절당한 유족··· "이 편지 드리려고" [전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2.26 13:32

수정 2021.03.02 14:29

26일 나흘째 국회 앞 1인시위 이나금씨
김민석 보건복지위원장에게 띄우는 편지
"더민주에 기대 여전, 국민 요구 외면 않길"
[파이낸셜뉴스] 수술실CCTV 입법을 촉구하며 나흘 째 국회 앞 1인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권대희 사건' 유족 이나금씨가 김민석 보건복지위원장에게 보내는 편지를 전해왔다. 이씨는 당초 수술실CCTV 입법을 요구하는 서한을 직접 전달할 계획이었으나 김 의원실 측이 만남을 거절하며 1인시위에 나선 상태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수술실CCTV 입법을 촉구하며 국회 앞 1인시위를 이어간 이씨는 국회의 외면으로 1년 만에 다시 거리에 나서게 됐다.

이씨의 1인시위가 보도된 뒤 국회 앞엔 연일 이씨를 찾아 함께 시위를 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2016년 아들인 권대희씨를 공장식 성형수술로 잃은 모친 이나금씨가 나흘째 국회 앞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이씨를 지지하는 일가족이 응원차 방문해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한 모습. 이나금씨 제공.
2016년 아들인 권대희씨를 공장식 성형수술로 잃은 모친 이나금씨가 나흘째 국회 앞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이씨를 지지하는 일가족이 응원차 방문해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한 모습. 이나금씨 제공.

■면담요청 무응답, "이 편지 주려 했다"
26일 이씨가 파이낸셜뉴스에 보내온 서한문에서 이씨는 김 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에 수술실CCTV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 것을 요청했다.


이씨는 "저는 수술실CCTV가 있어도 햇수로 6년째 소송을 하고 있고, (권대희 사건을 일으킨 성형외과에서) 대희 포함 4명을 동시에 수술한 사실까지 밝힐 수 있었다"며 "만약 없었다면 이 모든 진실은 덮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이어 "수술실CCTV는 꼭 환자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도 보호한다"며 "의사가 신이 아닌지라 의료사고가 났을 때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수술실CCTV설치를 찬성하는 의사선생님들도 많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밀폐된 수술실에서 일탈한 의사들의 위법행위는 나날이 진보하고 있고, 억울한 피해자들 또한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물증이 없어 오히려 역고소를 당하는 참담한 일까지 일어나고 있다"며 "전국에서 14% 밖에 달려있지 않는 수술실CCTV도 의료사고발생 시 입법화가 되어있지 않아 영상제공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현재까지 밀폐된 수술실에서 환자의 안전과 인권을 보호 하는 법안은 더불어 민주당에서만 발의해주셨다"며 "어렵게 법안심사 소위원회까지 올라온 수술실CCTV설치법, 국민의 희망과 여망을 저버리지 않고 헛되지 않게 꼭 통과시켜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당부했다.

이씨는 해당 문건을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인 김민석 의원에게 전달하고자 수차례 의원실에 전화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에 의원실 관계자에게 문자까지 남겼으나 현재까지도 응답이 오지 않아 1인시위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이씨는 "수술실CCTV법은 대희가 죽고 나서 거리에서 오랫동안 목놓아 외쳐 겨우 발의된 법"이라며 "의사협회나 다른 단체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여러 경로로 국회에 전달하고 있는데 왜 개인에게는 의원님 방 문턱이 이렇게 높고 문은 두꺼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한탄했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수술실CCTV 입법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본지 보도 이후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선출직 공무원(국회)이나 임명직 공무원(보건복지부)들이 국민의 뜻에 어긋나도록 수술실 CCTV 설치를 외면하는 것은 위임의 취지에 반하며 주권의지를 배신하는 배임행위"라고 지탄했다. 사진=서동일 기자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수술실CCTV 입법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본지 보도 이후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선출직 공무원(국회)이나 임명직 공무원(보건복지부)들이 국민의 뜻에 어긋나도록 수술실 CCTV 설치를 외면하는 것은 위임의 취지에 반하며 주권의지를 배신하는 배임행위"라고 지탄했다. 사진=서동일 기자

■찬성여론 압도적, 전국서 응원 쇄도
이씨는 지난 23일부터 나흘 째 국회 앞에서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쌀쌀한 날씨에도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 1인시위를 지속하고 있는 이씨는 아직도 보건복지위로부터 어떠한 응답도 받지 못한 상태다.

이씨에게 국회가 내민 손길은 시위 이틀 째인 24일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잠시 방문해 응원을 전한 게 유일하다. 김 의원은 수술실CCTV 법제화 법안을 직접 발의한 당사자이지만 보건복지위 소속이 아니라 법안 통과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다만 이씨에겐 전국 각지에서 응원이 답지하고 있다. 이씨는 "(본지 보도 이후) 전국에서 상경해 마음을 전달하고 시위를 도운 이들이 여럿 있었다"며 "어느 개인이 득을 보자는 게 아니라 전 국민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법인 만큼 계속 거리에서 알리다 보면 반향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한편 수술실CCTV에 대한 여론은 몹시 뜨겁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 취임 이후 수술실CCTV 설치확대를 핵심정책으로 추진 중인 경기도는 지난해 9월부터 10월까지 도민 2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응답자의 94%가 수술실 내 CCTV 설치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경기도가 여론조사기관인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인터넷조사 방식으로 진행한 조사로, 표본오차는 신뢰수준 95%에서 ±2.19%p다.

경기도가 2018년 9월 진행한 첫 조사에서도 91%가 찬성의견을 냈다.

국회 역시 독자적인 여론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국회 보건복지위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에게 조사한 결과 찬성의견은 89%로 집계됐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다.

■아래는 이씨의 편지 전문.

존경하는 김민석 보건복지위원장님께

코로나 정국에 백신접종을 앞두고 의사면허 취소법 하나로 의료계에서 집단 반발을 하니 위원장님 이하 더불어민주당 복지위 의원님들께서 심려가 크실 줄로 믿습니다. 그러나 저 포함 많은 국민들은 강자와 약자의 균형을 맞추고 억울함이 없는 사회를 구현하고자 주야 노심초사하시는 보건복지위원회 의원님들께 늘 감사해 하고 있습니다.

저는 밀폐된 수술실에서 전신마취 된 상태에서 수술 중 3500cc 과다출혈로 사망한 故권대희엄마입니다. 저는 수술실CCTV가 있어도 햇수로 6년째 소송을 하고 있고, 대희포함 4명을 동시에 수술한 사실까지 밝힐 수 있었습니다. 만약 없었다면 이 모든 진실은 덮였습니다. 지금도 유령수술 대리수술 공장식 수술 등의 피해자가 있지만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위원장님, 수술실CCTV는 꼭 환자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도 보호합니다. 성형외과전문의가 6년 이상 백수 상태에서 지금 소송을 하고 있는데 당시 수술실에 CCTV만 있었어도 백수가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의사가 신이 아닌지라 의료사고가 났을 때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수술실CCTV설치를 찬성하는 의사선생님들도 많습니다.

지금은 밀폐된 수술실에서 일탈한 의사들의 위법행위는 나날이 진보하고 있고, 억울한 피해자들 또한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물증이 없어 오히려 역고소를 당하는 참담한 일까지 일어나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14% 밖에 달려있지 않는 수술실CCTV도 의료사고발생 시 입법화가 되어있지 않아 영상제공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도가 넘치는 일탈한 의료인들의 행위는 권대희사건에서 그 실체가 드러났을 뿐 권대희사건만의 일은 아닙니다. 수술실CCTV설치는 전국민 89%가 찬성하고 있고, 환자와 의료인 사이 신뢰회복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법안이라 생각합니다.

현재까지 밀폐된 수술실에서 환자의 안전과 인권을 보호 하는 법안은 더불어 민주당에서만 발의해주셨습니다. 어렵게 법안심사 소위원회까지 올라온 수술실CCTV설치법, 국민의 희망과 여망을 저버리지 않고 헛되지 않게 꼭 통과시켜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 02. 23.

故권대희유족 엄마 이나금 올림.

■김민석 보건복지위원장은 보도 뒤인 2월 26일 권대희씨 유가족 이나금, 권태훈씨와 직접 만나 30여분 간 면담을 가졌습니다.
김 위원장에게 입장을 전달한 유족이 '1분 면담' 거절과 관련한 오해가 해소됐다고 전해와 기사에 반영합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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