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지난달 넥슨이 개발직군 직원들의 연봉을 800만원 일괄 인상하면서 게임사를 비롯한 국내 IT업계 전반에서 연봉 인상이 이어져 '귀한 몸' 개발자를 뺏기지 않기 위한 인재 확보 전쟁이 거세다. 전날에는 게임사인 크래프톤에서 개발자 연봉 2000만원 일괄 인상이라는 초강수로 경쟁에 기름을 부었다. 이에 따라 아직 인상을 결정하지 못한 게임사들과 여력이 안되는 중소업체들의 고심이 깊어진 상황이다.
부동산정보 플랫폼 직방은 디지털 DNA 강화하고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해 임금체계를 개편한다고 26일 밝혔다. 개발직군 초봉을 6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기존 재직자 연봉도 2000만원, 비(非) 개발직군 재직자 연봉은 1000만원씩 일괄 인상한다는 것이 개편안의 골자다.
IT업계에선 그동안 연봉 인상 경쟁이 게임업계를 중심으로 진행돼 만큼 주요 스타트업으로 전이되는 신호탄이 될지 기대감과 관심이 커졌다. IT관련 기업의 연봉 인상 경쟁은 지난해 토스가 경력직 직원의 연봉을 기존대비 50% 인상하고, 약 1억원 수준의 스톡옵션을 지급하면서 불이 붙었다가 연말 사그라드는듯 했다.
그러나 이달 1일 넥슨이 개발직군 직원 연봉 일괄 800만원 인상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경쟁이 격화되는 모습이다. 넥슨이 연봉 인상을 발표한 이후인 이달 10일에는 넷마블이 재직자 연봉을 일괄 800만원씩 인상하고, 신입사원 연봉을 개발직군 5000만원, 비개발직군은 450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중고거래 플랫폼 기업인 당큰마켓도 최근 개발자 최저 연봉을 5000만원으로 책정하고 스톡옵션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19일에는 컴투스와 게임빌이 재직자 연봉을 평균 800만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타 업체들처럼 '일괄' 인상은 아니었지만 관련업계에선 컴투스와 게임빌이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5일에는 게임 제작사인 크래프톤이 2021년 개발직군(엔지니어) 연봉은 일괄 2000만원 인상한 6000만원, 비개발직군은 1500만원 인상한 5000만원이라는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게임업계 최고 연봉이라는 카드까지 등장하자 아직 연봉인상을 결정하지 않은 엔씨소프트 등 대형 게임사와 IT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진 상황이다. 특히 연봉인상 여력이 안되는 중소업체들의 경우 핵심 인력이 유출되는 상황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IT업계에서는 갈수록 연봉 경쟁이 심화하는 근본적인 이유로 개발 인력 부족을 꼽는다. 사내에서 인재를 양성해서 자리를 채우는 것은 시간과 비용, 효휼성 등을 고려했을 때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정부 주도로 양성한 IT 인재는 수가 제한적이라는 판단이다.
게임사 관계자는 "개발자 부족 현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안그래도 공급이 수요를 못따라가고 있었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요와 공급 격차가 더 벌어지면서 개발 인재 경쟁이 더 크게 벌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넥슨이 계기가 됐을뿐 터질 게 터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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