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2월 27일(이하 현지시간) 채권 투자자들이 '암울한 미래(bleak future)'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지금은 채권에 투자할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버핏은 이날 자신의 투자회사인 버크셔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를 맞아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 "채권은 답이 아니다"
올해 90세이지만 여전히 버크셔 투자를 총괄하는 '현직' 버핏의 이같은 경고는 지난주 대규모 매도세로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1.5%를 넘어서고, 이때문에 주식시장이 급락세를 타는 등 치솟는 채권 수익률로 금융시장이 휘청거리는 가운데 나왔다.
버핏은 "전세계 고정수익(채권) 투자자들은 -연기금이 됐건, 보험사가 됐건, 또는 연금 목적이건 간에- 암울한 미래를 맞고 있다"면서 "채권은 지금 시대에 돈을 둘 곳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버크셔 스스로 채권시장의 큰 손이지만 버핏은 지금은 채권에 투자할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수익률과 반대로 움직이는 미 국채 가격은 지난주 극적인 하락세를 경험했다. 미 경제지표 개선 속에 대규모 추가 부양책이 예상되고,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완화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면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가 높아진데 따른 것이다.
미 하원은 2월 26일 밤 조 바이든 대통령의 1조9000억달러 대규모 경기부양안을 통과시켰다. 예산안 처리에 준하는 다수결 표결을 진행하게 될 상원에서도 민주당이 1표차 다수당이어서 통과가 가능하다.
버핏의 이날 경고는 지난주 채권시장에서 투자자들이 미 국채를 버리고 수익률이 높은 신용등급 낮은 채권에 몰린 가운데 나왔다.
버핏은 보험사들을 비롯한 채권 투자자들이 "(신용이) 불안한 채무자들이 지급 이행을 보증하는 채권으로 매수를 전환해 애처로울 정도의 수익을 쥐어짜내고 있다"면서 이는 우려를 자아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같은 위험 채권은 부적절한 금리에 대한 답이 아니다"라며 "30년전 한때 강력했던 저축은행(S&L) 산업이 스스로 붕괴된 것 역시 부분적으로는 격언을 무시한데 따른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 "미국을 거슬러 투자하지 마라"
버핏은 이날 서한에서 미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재확인했다.
주주들에게 미국이 "전진하고 있다"면서 "결코 미국을 거슬러 투자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2가지 의미를 함축한 것으로 해석된다.
우선 미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심각한 충격을 받았지만 곧바로 이를 털고 일어나 부활했음을 강조한 말로 보인다.
또 하나는 미 정치상황에 대한 평가다.
지난 4년간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심각하게 분열되고 불확실성에 직면했던 미국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 뒤 빠르게 치유될 것이란 기대감이다.
버핏은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지지한 민주당 성향의 인물이다.
그는 '더 완전한 (분열된 여론) 통일'을 향한 진전이 "더디고, 고르지도 않았으며 때로는 후퇴하기도 했다"면서도 미국은 통일을 향한 여정을 지속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버핏은 "짧은 232년 역사 속에서...미국처럼 인간의 잠재성을 북돋워주는 인규베이터는 (일찌기 인류 역사에) 없었다"면서 "일부 심각한 충격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는 숨가쁘게 발전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변함없는 결론은: 결코 미국을 거슬러 투자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버핏의 이같은 미 경제에 대한 자신감은 미 기업 가운데 미국내 자산을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이라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버핏은 서한에서 버크셔가 소유한 미국내 부동산·공장설비·장비 가치가 1540억달러에 이른다면서 2위인 AT&T의 보유규모보다 270억달러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 사상최대 자사주 매입
버핏은 지난해 4·4분기 88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체로는 자사주 매입 규모가 247억달러로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막대한 보유 현금을 자사주 매입에도 쏟아부은 것이다.
자사주 매입이 크게 늘면서 지난해 9월말 1457억달러 수준이던 보유 현금이 연말에는 1383억달러로 줄었다.
버크셔는 올들어서도 보유현금 가운데 40억달러 넘는 돈을 자사주 매입에 쏟아부었다.
■ 올해 주총은 LA에서
버핏은 또 이날 서한에서 올해 주주총회는 사상최초로 버크셔 본사가 있는 네브래스카주 오마하가 아닌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다고 밝혔다.
개최 시기는 5월 1일로 정해졌다.
LA는 버핏의 '오른팔' 찰리 멍거 부회장이 사는 곳이다. 멍거 부회장은 지난해 비록 온라인으로 진행되기는 했지만 버핏을 포함해 주요 간부들이 오마하에서 진행한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코로나19 방역 조처로 이동이 제한된데 따른 것이었다.
■ 애플 등 주가 상승 덕에 순익 껑충
한편 버크셔가 이날 공개한 지난해 4·4분기 실적은 양호했다. 순익이 1년 전에 비해 23% 가까이 폭증해 358억달러를 기록했다.
A주를 기준으로 주당 2만3015달러 순익이었다.
주식 매수와 파생상품 투자가 미 주식시장 상승세에 힘입어 순익 상승세를 주도했다.
버크셔는 회계규정에 따라 자사가 보유한 애플, 코카콜라, 버라이존 등의 주가 변동에 따른 평가차액을 분기 실적에 반영해야 한다.
주식시장에서 버크셔가 보유한 이들 종목의 주가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버크셔의 분기 실적이 들쑥날쑥하게 되는 구조다.
버크셔의 자체 사업도 코로나19 팬데믹 재확산 속에서 잘 버텨냈다.
영업이익이 14%에 육박하는 수준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전체로는 코로나19 여파로 1년 전보다 영업익이 9% 줄어든 219억달러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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