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코로나도 아팠지만 '영업 정지' 더 아팠다..자영업자 줄소송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02 14:31

수정 2021.03.02 14:40

[파이낸셜뉴스]
서울 고속터미널역 인근 한 카페의 창에 "코로나로 인해 단축 영업을 하고 있다"는 안내가 붙어 있다. 전국의 카페, 음식점, 코인노래방, 헬스장 운영자들은 정부의 영업제한(금지) 조치에 따라 피해를 본 뒤 손해배상 청구 등에 연이어 나서고 있다. / 사진=이환주 기자
서울 고속터미널역 인근 한 카페의 창에 "코로나로 인해 단축 영업을 하고 있다"는 안내가 붙어 있다. 전국의 카페, 음식점, 코인노래방, 헬스장 운영자들은 정부의 영업제한(금지) 조치에 따라 피해를 본 뒤 손해배상 청구 등에 연이어 나서고 있다. / 사진=이환주 기자

#1. 서울 여의도에서 지난 2018년부터 노래방을 운영한 A씨는 최근 개점 휴업 상태다. 월세가 밀리면서 집주인이 점포를 팔았고 보증금 3000만원 대부분이 월세로 날아갔다. 업친데 덮친격으로 4000만원을 냈던 권리금도 간신히 1600만원 돌려 받는데 그쳤다. A씨는 "지난 12개월 중 8개월 이상을 놀고 있는 상태"라며 "노래방은 밤 10시부터 시작인데 문을 열어도 소용없고 집주인한테 남은 보증금을 돌려 받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2. 50대인 B씨는 4년전 퇴직금과 은행 대출을 받아 요가·필라테스 등 실내체육 시설을 오픈하고 지난해까지 가게를 3곳으로 늘렸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이 줄었고 최근에는 집함금지명령으로 2주간 강제로 문을 닫았다. B씨는 "3곳 모두 90%이상 대출로 개업해 현재 이자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지원금 200만원이 사업장이 아닌 사업주를 기준으로 지급돼 국민신문고에 '사업장 별(600만원)'로 지급을 요청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어쩔 수 없다'는 말뿐이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책으로 강제로 영업 시간을 제한 당하거나, 가게를 닫은 자영업자들이 정부를 상대로 연이어 소송에 나서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업종별로 운영 시간과 방식이 상이한데 정부 영업제한 기준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며 피해를 키웠다"며 국가를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손실보상) 청구에 나서는 등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 고속터미널역 인근 한 건물 매장이 텅 비어있다. / 사진=이환주 기자
서울 고속터미널역 인근 한 건물 매장이 텅 비어있다. / 사진=이환주 기자

■자영업자 일방적 희생 강요
2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코인노래연습장, 카페, 음식점, 호프집, 체육시설 등 자영업자들은 협회를 조직해 국가를 상대로 '위헌법률심판', '손해배상' 집단 소송을 연이어 제기하고 있다.

전국카페사장연합회와 음식점·호프 비상대책위원회는 2월 19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총 12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낸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에는 카페 사장 170명, 음식점 사장 70명 등 총 240명이 참여해 5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연합회는 "규제가 시작된 지난해 11월 23일부터 방역 정책에 협조했지만 남은 건 감당 못 할 빚더미뿐"이라며 "처음에는 타 업종과의 형평성 없는 정책에 힘들었는데 이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나눠 카페 업계를 갈라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현장 실태조사 없이 자영업자에게 희생을 강요 △최소한 손실보상마저 법제화하지 않아 충분한 보상을 기대할 수 없는 점을 소송의 이유로 들었다.

이에 앞서 올 1월 18일에는 한국코인노래연습장 협회(47개 매장 참여)는 서울시와 구청을 상대로 25억원 규모의 손실보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협회 측은 "일본 도쿄의 경우 하루 최대 60만원, 한달 최대 2000만원을 손실 보상했다"며 "우리나라는 146일 동안 집합금지를 했지만 재난지원금 형식으로 100~300만원 지급하는 정책에 그친다"고 비판했다.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맘상모),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참여연대 등 단체들도 1월 5일 "정부의 집합제한조치 위헌 여부를 판단해 달라"며 헌법소원 심판을 헌재에 청구했다. 이들은 "손해에 대한 보상 없이 제한만 강제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서울에서 체육시설 3곳을 운영하는 B씨는 정부 지원금을 사업장 별로 지급해 줄 것을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요청했으나 정부에서는 '정책에 따른 조치로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서울에서 체육시설 3곳을 운영하는 B씨는 정부 지원금을 사업장 별로 지급해 줄 것을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요청했으나 정부에서는 '정책에 따른 조치로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손해배상 받아도 역부족.."오죽 답답하면.."
정부의 영업제한·금지 조치로 소송에 나선 자영업자들은 소송에서 승소해 손해배상(손실보상)을 받더라도 그동안의 매출 감소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우는 아이 젖 준다'는 심정으로 집단행동에 나서 답답함을 표출하는 것이다.

2월 말 찾은 서울 고속터미널역 부근 반경 2~3km 거리에는 가게를 비우고 임대인을 찾거나 영업을 종료한 업장, 코로나19로 단축 영업을 하는 카페 등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노래방 점주 A씨는 "정부 재난 지원금 200만~300만원을 받아도 생활비도 제대로 안되는 수준"이라며 "한달에 2000만원 하던 매출은 집합금지 기간동안 '제로'였고 월세와 관리비로 한 달에 400만원 이상 손실이 쌓였다"고 말했다.

체육시설 3곳을 운영하는 B씨는 "체육시설 3곳의 월세가 3000만원 가까이 나오는데 정부 지원금은 200만원으로 1곳에만 나온다"며 "월세 100만원 소규모 시설을 운영하는 곳과 비교하면 역차별 당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12개 중소상인·자영업자·실내체육시설 단체들은 정부서울 청사 앞에서 2주째 '1인 릴레이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정세균 국무총리와의 면담을 요구하며 "정부가 당사자의 목소리는 듣지 않은 채 '선심성' 재난지원금 및 손실보상 논의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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