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 친일 잔재 전수조사 용역 결과 주목
김성수·김연수 형제, 서정주, 신상묵,등 118명
관료나 군인·경찰이 다수, 종교·언론계도 포함
친일 청산에 중요한 것은 관점과 철학, 의지
김성수·김연수 형제, 서정주, 신상묵,등 118명
관료나 군인·경찰이 다수, 종교·언론계도 포함
친일 청산에 중요한 것은 관점과 철학, 의지
【파이낸셜뉴스 전주=김도우 기자】 3·1운동 102주년을 맞아 전북 출신 친일파·친일 잔재가 청산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친일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전북 지역 곳곳에 친일 잔재가 다양한 형태로 공존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한 실정이다.
전북 친일 잔재 전주조사 및 처리방안 연구용역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전북 출신 친일파는 118명, 친일잔재는 143건으로 확인됐다.
이 보고서는 일본제국주의 전북 출신 인사의 친일 행적과 잔재 청산을 위해 전북도가 지난해 연구용역을 한 결과물이다.
전북 친일 인사 명단은 용역을 맡은 전북대 산학협력단이 민족문제연구소 친일인명사전을 기초로 작성했다.
도내 출신지가 명확하지 않은 36명을 제외하면 시·군 중에선 전주 출신 친일 인사가 24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익산(10명), 군산(7명), 남원·고창·정읍·임실(각각 6명), 김제(4명), 무주·진안·장수·완주·부안(각각 2명) 등이다.
고창 출신으로 고려대학교와 동아일보를 설립한 김성수와 그의 동생으로 삼양사 창업주인 김연수, 전북경찰국장을 지낸 신상묵, 시인 서정주 등 친일 행적이 잘 알려진 인사가 다수 포함됐다.
또, 중추원 참의를 지낸 강동희, 3·1운동 진압 목적으로 설립된 전라북도자성회장을 역임한 백낙신, 지역유력자로 일제에 국방금품을 헌납한 한인수가 친일파로 지목됐다.
종교계 인사로는 기독교 조선장로교단 총무·장로교 목사였던 김종대, 국민총력 천도교연맹 상무이사 박완, 유재환 조선불교중앙교무원 이사 등이 이름을 올렸다.
언론·문학계에선 이익상 매일신보 편집국장 대리, 이창수 매일신보 논설위원, 소설가 채만식이 친일파로 꼽혔다.
전북 출신 친일 인사의 활동분야를 보면 관료나 군인·경찰이 69명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도내 친일 잔재는 총 131건으로 지역별로는 군산이 30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전주(27건)·고창(16건)·익산(15건)·완주(11건)·김제(8건) 등의 순이다.
친일 잔재는 친일 인사의 출신지역이나 행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당시문학관·수당 김연수 송덕비(고창), 채만식 소설비(군산)를 비롯해 군산내항철도, 구마모토 공덕비(김제), 향가터널(순창), 사이토 총독 탁본(임실), 김해강 시비·취향정(전주), 황토현 전봉준 장군 동상(정읍), 풍혈냉천(진안), 만인의총 박정희 현판(남원)이 친일 잔재로 조사됐다.
특히, 친일파·친일잔재에 대한 미화 또는 왜곡, 축소 사례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창군 공식 블로그에 ‘블러그 기자가 간다 비행사를 꿈꾼 청년 신용욱’ 게시글은 친일행적을 미화한 사례로 조사됐다.
군산시 공식 블로그에도 채만식에 대한 친일행적 축소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김재호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장은 “대지주 등 일제강점기 지역유력자나 기업인 중에도 친일 인사가 많다”며 “이들에 대한 친일 행적 연구와 친일 잔재의 효과적 처리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시간이 흘러 이들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기는 힘들다. 그러나 역사적 도덕적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한다”며 “(그렇지만) 친일 청산을 해 나가는 데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은 관점과 철학, 의지이다. 구슬이 서 말이면 뭐하나. 꿰어야 보배지. 이제 친일 청산에 관련된 도 조례, 시군 조례를 제정하는 데 집중할 차례다”고 덧붙였다.
964425@fnnews.com 김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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