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이어 한국영화 또 쾌거
미국 한인가족 그린 자전적 이야기
"딸에게 들려주고 싶어 만들었다"
한국어 대사 많다며 외국어영화 분류
불공정 논란에도 경쟁작 제치고 수상
미국 한인가족 그린 자전적 이야기
"딸에게 들려주고 싶어 만들었다"
한국어 대사 많다며 외국어영화 분류
불공정 논란에도 경쟁작 제치고 수상
미국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는 2월 28일 밤(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LA) 베벌리힐스 힐튼호텔에서 열린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 수상작으로 '미나리'가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올해 시상식은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스트리밍 방식으로 진행됐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온라인으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미나리'는 덴마크의 '어나더 라운드', 프랑스·과테말라 합작영화 '라 요로나', 이탈리아의 '라이프 어헤드', 미국·프랑스 합작영화 '투 오브 어스' 등을 제치고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영화 '미나리'는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을 담아내며 한국적인 정서와 미국 이민자의 삶을 아주 조화롭게 그려냈다는 평을 받았다. 한국계 미국인인 정이삭 감독(미국명 리 아이작 정)이 연출하고 배우 윤여정, 스티븐 연, 한예리 등이 출연한 '미나리'는 할리우드 유명 배우이자 제작자인 브래트 피트의 플랜B가 제작하고 100% 미국 자본으로 만들어졌지만 영화 속 대화의 50% 이상이 외국어인 한국어로 이뤄졌다는 이유로 외국어 영화로 분류됐다. 시상식 규정상 외국어 영화로 분류되면 작품상, 감독상, 남녀연기상 등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를 수 없다. 이 때문에 미국 영화계에선 골든글로브 주최 측의 심사 기준이 불공정하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뉴욕타임스와 버라이어티 등 현지 매체들은 '미나리'가 외국어영화상 단 1개 부문 후보에 오른 것에 대해 의문을 드러내며 "기이한 결정"이라고 논평한 바 있다.
이날 수상 소식을 접한 정 감독은 딸과 함께 등장한 영상에서 "미나리 출연진과 스태프 모두가 합작한 결과"라며 "미나리 출연배우인 윤여정, 스티븐 연, 한예리, 앨런 킴, 노엘 케이트 조 모두에게 감사하다. 이 영화는 이 자리에 함께 있는 딸에게 들려주고 싶어 만든 가족 이야기이자 마음의 언어로 만든 작품이다. '미나리'는 가족영화다. 언어가 중요하지 않다. 모두가 행복하길 바란다"고 소감을 말했다.
한편 영화 '미나리'가 이번에 골든글로브 트로피를 당당히 거머쥐면서 향후 개최될 미국배우조합상(SAG)과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서 수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 현지의 분위기다.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가 주최하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미국 최대 규모의 영화상인 아카데미 시상식이 임박한 시기에 열려 아카데미 결과를 예측해보는 바로미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지난해에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오스카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 4관왕을 기록한 바 있어 '미나리'에 대한 기대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미나리'는 다음달 4일 개최되는 제27회 SAG상에서 앙상블상, 여우조연상, 남우주연상 등 총 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또 아카데미상은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남녀주연상, 각본상 등 각 부문 후보 리스트를 오는 15일 발표한 뒤 다음달 25일 시상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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