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5인이상 금지' 구호뿐? 신고해도 감감무소식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03 07:00

수정 2021.03.03 09:38

감염병예방법 신고접수·단속은 지자체
홍보 부족으로 경찰에 신고 몰려 난감
지자체 인계해도 적극 조치 일부뿐
신고한 시민 '실망·답답·불편' 호소
[파이낸셜뉴스] ‘5인 이상 집합금지’ 등 방역수칙 위반 신고가 경찰로 몰리며 잡음이 일고 있다. 감염병예방법 위반을 적발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건 지자체 소관 업무지만 홍보와 인력 부족으로 신고가 경찰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권한이 없다”며 출동하지 않고 지자체에 제대로 인계되지 않는 사례도 다수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식당에 9명이 모여 식사하는 모습. 제보자는 이를 촬영해 신고했으나 경찰과 지자체가 40여분 동안 출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독자제보.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식당에 9명이 모여 식사하는 모습. 제보자는 이를 촬영해 신고했으나 경찰과 지자체가 40여분 동안 출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독자제보.

■'5인 이상' 신고해도 출동 않아 '답답'
시민 A씨는 지난달 24일 저녁 식사를 위해 서울 성북구 한 식당을 찾았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5인 이상 집합금지에도 식당에 일행 9명이 버젓이 식사를 하고 있는 테이블이 있었던 것이다.


근처에 앉았던 A씨는 이들이 공무원으로 추정되는 대화를 하자 더는 묵과할 수 없어 경찰에 신고를 했다. 첫 신고는 밤 9시37분으로, 112에 신고를 했으나 경찰이 오지 않았다. A씨는 50분께 다시 신고했고 한 경찰서 지구대에 문의하라는 답변을 받았다.

A씨는 “공무원 같은 느낌이 있어서 이건 아니지 싶어 신고를 했다”며 “네 번이나 전화를 했는데도 (경찰이) 안 와서 10시10분까지 40분 정도 기다리다 그냥 갔다”고 답답해했다.

A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사한 상황이 전국적으로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감염병예방법 위반 신고접수와 단속 모두 지자체 고유권한이지만 관련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일부 경찰서에선 접수된 신고를 지자체에 인계하고 종결하지만 서마다, 지구대마다 제각기 처리방법이 다른 형편이다.

위 신고와 관련해서도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다툼이 났거나 해서 도와달라고 하면 경찰이 나가지만 5인 이상이라고 단속해달라고 하면 경찰이 나가는 게 월권이 돼버린다”며 “몇 건 신고 접수된 게 있는데 전부 다 ‘경찰 비출동, 성북구청 인계’ 이렇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5명 이상의 모든 사적 모임을 금지하는 특별방역 조치가 시행된 상태임에도 단속인원 부족으로 지역별로 특정시간대엔 사실상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박범준 기자
5명 이상의 모든 사적 모임을 금지하는 특별방역 조치가 시행된 상태임에도 단속인원 부족으로 지역별로 특정시간대엔 사실상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박범준 기자

■방역수칙 단속 의지 없는 일부 지자체
문제는 지자체로 인계가 돼도 제대로 처리되는 사례가 드물다는 것이다. 위 사례처럼 수십 분간 출동하지 않아 수칙을 위반한 이들이 자리를 뜨는 사례도 속출한다. 아예 저녁 6시 이후에는 단속인력이 없다며 연결되지 않거나 연락을 받고도 출동하지 않고 묵살하는 사례도 있다.

서울지역 한 구청에 집합금지 관련 신고를 했지만 처리되지 않았다는 B씨는 “경찰에선 110번 번호를 알려주고, 거기선 구청 알려주고, 구청에선 시청 연결해주고 왔다갔다 하다보면 시간 다 지난다”며 “집합금지다 뭐다 떠들지만 현실에선 공무원 퇴근 이후엔 사실상 방치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지자체의 방역수칙 위반 단속 의지를 의심케 하는 사례는 코로나19 확산 와중에도 빈발하고 있다. 지난달엔 한 사설 학원이 경기도에 위치한 수련원을 빌려 다수 학생들을 상대로 방역수칙을 위반해 수업을 진행했다는 신고가 지자체에 접수됐으나 제대로 된 조사 없이 일단락됐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당시 민원을 제기한 C씨에 따르면 현행법상 금지된 ‘교실당 8명 이상’ 수업이 공공연하게 이뤄져 민원을 냈으나 지자체 공무원은 제대로 된 조사 없이 돌아갔다. C씨가 미리 “불시에 방문해 조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지자체에선 조사 전 학원 측에 관련 정보를 요구하고 출동해서도 충분한 시간을 줘 학원 측이 학생을 분산조치할 시간을 벌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해당 지자체에선 “절차대로 출동했더니 학원이 기다리게 해 기다렸을 뿐”이라며 “막상 가보니 방역수칙을 위반하거나 한 건 없었다”고 해명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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