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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 덕지덕지 붙은 이태원, 옆동네 한남은 빈자리가 없다 [코로나가 바꾼 서울 상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03 18:24

수정 2021.03.03 18:24

사회적 거리두기 계속에 '집콕'
명동·이태원 상가 4곳중 1곳 폐업
MZ세대 '플렉스' 소비가 살린
한남·압구정은 공실률 되레 줄어
집앞 상권은 재택근무로 선방
'임대' 덕지덕지 붙은 이태원, 옆동네 한남은 빈자리가 없다 [코로나가 바꾼 서울 상권]
코로나19 시대 1년이 지나면서 서울 상권 지도가 새로 그려지고 있다. 전통상권인 이태원동 일대 상가들이 극심한 영업난으로 임대 딱지가 붙어있다. 사진=박소연 기자
코로나19 시대 1년이 지나면서 서울 상권 지도가 새로 그려지고 있다. 전통상권인 이태원동 일대 상가들이 극심한 영업난으로 임대 딱지가 붙어있다. 사진=박소연 기자
'임대' 덕지덕지 붙은 이태원, 옆동네 한남은 빈자리가 없다 [코로나가 바꾼 서울 상권]
한남동의 고메이494 지하 2층 식품관이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박소연 기자
한남동의 고메이494 지하 2층 식품관이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박소연 기자


#1. 3일 찾은 서울 이태원 해밀턴호텔 앞. 1년 전만 해도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던 거리는 한산했다. 이 일대 1층 상가들은 임대전쟁이라도 하는 듯 가게마다 '임대' 문구가 붙어 있었다. 임시 휴업이나 임대 문의처를 알리는 안내문도 수두룩했다. 그나마 영업 중인 가게들도 가까스로 버티고 있었다. 2층짜리 건물은 1층을 닫고 한 층만 운영했고, 손님이 찾지 않는 개점휴업 상태가 태반이었다.
인근 음식점 사장은 "2층 가운데 1층만 운영한 지 1년 됐다"며 "메뉴도 다 바꿨는데 지난 1년처럼 힘든 적은 없었다"고 토로했다.

#2. 불과 도보로 10분만 이동하면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갤러리아백화점이 한남동에 선보인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인 '고메이 494 한남'은 전성기 이태원처럼 붐볐다. 전국 유명 맛집을 모아 놓은 지하 2층은 빈자리 없이 손님들로 가득했다. 고급 레스토랑이 입점한 지하 1층에도 꾸준히 인파가 모였다. 한 직원은 "코로나 전엔 대기줄이 당연했다. 지금은 손님이 줄어 줄은 서지 않지만 장사는 꾸준히 된다"고 전했다. 고메이 494 한남은 지난해 한남동에 들어선 고가 아파트 나인원한남 입주에 맞춰 오픈해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곳이다.

코로나19 1년이 지나면서 서울 상권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주로 외국인 관광객에 의존했던 이태원·명동·홍대 등 대형 상권들은 관광객이 끊기면서 속절없이 무너졌다. 서울 전반적인 상가 공실은 늘고, 임대료는 떨어졌다. 반면 그 와중에 '고급화'를 표방한 지역들은 공실률 폭탄을 피했다. 20~30대 사이에서 부를 과시하는 '플렉스' 소비가 유행하면서 명품과 파인다이닝이 위치한 신사동, 압구정동 일대가 코로나 시대 서울 상권을 주도하는 지각변동이 가속화되고 있다.

■무너진 이태원·명동…공실률 2배 늘어

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기준 서울 도심권역의 중대형상가 공실률은 12.6%로, 전년동기(6.4%) 대비 2배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중대형상가는 3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330㎡ 초과인 일반건축물을 말한다.

서울 대표 상권으로 꼽히는 이태원과 명동에서는 상가 4∼5곳 중 1곳이 문을 닫았다. 외국인 관광객 급감 영향을 받은 명동 공실률은 지난해 1·4분기 7.4%에서 1년 만에 22.3%로 치솟았다. 임대료도 급감했다. 우리나라에서 임대료가 가장 비싼 상권인 명동 임대료는 지난해 1·4분기 ㎡당 29만6700원에서 4·4분기에는 27만1700원으로 약 10% 낮아졌다.

직장인들이 많아 안정적인 상권으로 평가받던 광화문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광화문 중대형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1·4분기 2.3%에서 4·4분기 15.3%로 7배 가까이 폭등했다. 시청 일대 공실률도 같은 기간 9.9%에서 13.4%로 높아졌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젠트리피케이션으로 타격을 받은 이태원 상권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6.7%까지 올랐다. 이 지역들의 임대료 역시 지난해 5% 이상 떨어졌다.

특히 수십 년간 장사를 해오던 간판 노포들의 폐점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 명동의 대표적 한식당으로 알려진 '전주중앙회관'은 지난해 7월 영업을 종료했다. 50년 전통으로 비빔밥을 판매해오던 전주중앙회관은 코로나19로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영업을 계속할 수 없는 상황을 맞았다. 이곳은 외국인 관광객이 손님의 70% 이상을 차지해 왔다. 명동 전주중앙회관은 서울시가 문화재로 등록되지 않은 근현대 문화유산 중 가치 있다고 판단하는 '서울미래유산'으로도 등록됐지만 폐점으로 등록이 해지됐다.

■2030 '플렉스'에 뜬 한남·압구정

코로나 시대에 선택받은 상권도 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동, 청담동 일대는 MZ세대인 20~30대 사이에서 부를 과시하는 '플렉스' 소비가 유행하면서 고가의 패션·명품브랜드숍과 고급스러운 레스토랑, 바 등에 사람이 몰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신사역 일대와 압구정동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되레 낮아졌다. 압구정동 중대형 임대료는 지난해 1·4분기 ㎡당 4만7200원에서 4·4분기에는 4만7300원으로 소폭 올랐다. 도산공원 일대의 상가들은 객단가가 높아 임대료도 높은 편이다. 30평형대 상가의 경우 일반적으로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000만원까지 임대료가 형성돼 있다. 이마저도 나오는 물건이 없어 대기수요가 늘고 있다는 전언이다.

코로나로 재택근무가 늘고 이동 동선이 줄어들면서 배후수요가 빵빵한 '집앞 상권'도 선방했다. 서울 상권에서 벗어난 광명시나 성남시, 하남시 등 주거지역이 밀집된 주요 수도권 지역은 공실률이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중대형 상가를 기준으로 광명 상권은 공실률이 2019년 4·4분기 6.5%에서 2020년 4·4분기 6.0%로 줄었고, 성남시 모란 일대는 같은 기간 9.3%에서 4.7%로 절반가량이 줄어들었다. 분당 상권도 공실률이 6.7%에서 2.6%로 감소했다. 고양 삼송신도시, 위례신도시, 미사역 등 수도권 인근 근린 상권들도 마찬가지다.

규모가 크고 화려하진 않지만 배후수요가 탄탄한 이른바 '항아리 상권'이 코로나에도 선방했다는 평가다.
항아리상권은 항아리에 물을 부은 듯 더 이상 팽창하지는 않지만, 수요가 꾸준히 유지되는 상권을 말한다. 중소형마트나 편의점, 커피숍, 식당 등이 들어서는 경우가 많다.
상권 전문가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멀리 나가는 일이 줄어들었고, 배달이나 가까운 집 앞에서 소비하면서 지역상권이 상대적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고 말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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