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부인→반전→법적조치→반격→정면돌파→법정다툼 예고
다만 기성용 측은 일관되게 범행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 반면, 여론전에 불을 붙여놓고 돌연 “소송을 제기하면 증거를 내놓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의혹 제기자 쪽 저의가 미심쩍다는 지적은 존재한다. 이 도발 이후 침묵하던 기성용은 일주일 만에 “변호사를 선임했다”며 법적 다툼을 선포했다.
■ 기(起): 변호사의 성폭력 폭로...“기성용 아냐?”
사건의 발단은 박지훈 변호사의 폭로였다. 지난달 24일 법무법인 현 소속 박 변호사가 “축구 선수 출신인 C씨와 D씨가 전남 한 초등학교에서 축구부 생활을 하던 2000년 1~6월 선배인 A선수와 B씨로부터 수십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는 충격적 소식을 전하면서다.
그러면서 박 변호사는 A선수의 신상을 흘렸다. △최근 수도권 모 명문구단 입단 △국가대표 출신 △스타 선수.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A선수=기성용’이라는 주장이 흘러나왔다. 당일 기성용 소속사 C2글로벌은 이를 전면 부인했으나, 되레 이 대응에 힘입어 인터넷 상에서 해당 공식은 기정사실화 됐다.
■ 승(承): 피해자, 되레 가해자?...기성용 “법적 조치”
논란이 촉발된 24일 여론은 종일 들끓었다. 그러다 다음 날인 25일, 국면 전환의 징후가 나타났다. 기성용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C, D씨가 중학교 진학 후 후배들에게 강압적 성행위를 시켰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광양제철중학교 축구부 때로 시기가 특정되며, “당시 그 지역에서 유명한 일이었다, 피바람이 불었다”는 증언이 기사에 실렸다. C, D씨가 주장한 피해사실에 대한 부정은 아니나, 이들에 대한 의구심이 고개를 들었다.
이를 의식한 듯, 이날 기성용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성폭력 의혹에 “결코 그런 일 없다. 제 축구 인생을 걸고 말씀 드린다”며 못 박았다. 이어 “모든 것을 동원해 강경 대응할 것”이라며 “사실 확인 안 된 악의적 댓글을 단 이들까지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논란 확산 차단에 나섰다.
26일 피해 제기자 측은 박 변호사를 통해 재차 반격에 나섰다. 박 변호사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 “충분하고 명백한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며 “기성용 선수 측의 비도덕 행태가 계속된다면 부득이 공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압박했다. 폭로 이틀 만의 공세였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박 변호사는 “기성용 측의 압박이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27일. 기성용은 인내의 한계에 부딪혔다는 뉘앙스로 ‘정면돌파’에 나섰다. 이날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과 서울의 개막전 뒤 기자회견을 자처한 것이다. 소속사를 끼지 않고 본인이 직접 등판했다. 이 자리에서 기성용은 “절대로 (성폭력을) 한 적이 없다. 뒤로 숨지 않고 당당히 해결하고 싶다”며 “이제 자비는 없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증거가 있으면 빨리 내놔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박 변호사가 기자회견 직후 “곧 증거 전체를 공개하겠다”며 맞불을 놓으며 논란은 파국으로 치달았다.
■ 결(結)은?: “변호사 선임했다” vs. “기다렸다”
2월말 시작된 공방은 달을 넘겨 이어졌다. 3월 1일 박 변호사는 “소모적 여론전을 멈추고 하루 빨리 법정에서 진실을 가릴 것을 제안한다”고 여론전에서 한 발 물러서며 법적 다툼을 예고했다.
그는 “본 사안의 실체적 진실은 여론 재판이 아닌 법정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민·형사 소송을 제기해줄 것을 요청하며 “증거 자료는 법정 및 수사기관에서 기성용 선수 측에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확보한 증거에 기성용과 피해자들 외에도 제3자들의 신상이 담겼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후 추가 의혹이 터졌다. 중앙일보는 2일 “20여명이 자는 단체 숙소에서 다른 부원들도 있는 상황에서 피해를 당했다”는 피해 제기자 측 주장을 기사에 실어 내보냈다. 목격자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한 것이다. 기성용은 “완전한 허위사실. 그게 구조적으로 가능한가”라며 전면 부인했다.
이를 끝으로 잠자코 있던 기성용 측은 7일 입장을 냈다. 기성용은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FC전을 마친 뒤 “법적 대응을 위해 변호사를 선임했다”며 “강력 대응을 위해 변호사와 잘 상의하고 있다”고 법적 승리를 자신했다. 이에 박 변호사 역시 “소송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고 응수했다.
결국 공방이 법정 싸움으로 비화될 것은 자명해 보인다. 다만 해당 사건이 사실이라고 해도 이미 20년 전 일이라 공소시효가 만료돼 처벌은 어렵다.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기성용 측이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으로 고소 시 전쟁 제2막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 논(論): “아니면 말고 식” vs. “최후의 수단”
이번 기성용 의혹 공방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이 있다. 첫 째는 ‘폭로’라는 명패를 달아 제기되는 근거 없는 주장에 따라 가해자로 지목된 측이 ‘그러한 사실이 없음’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 반면 ‘폭로는, 피해자들이 사회·경제적 우위에 위치한 가해자들에 대항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주장이 맞선다.
실제 누리꾼 사이에서도 “변호사 돈 벌기 좋은 시나리오네”, “공소시효 지난 걸 지금 와서 꺼내는 이유는?”, “법적 책임을 묻지 못하는 일을 언론에 무책임하게 까발리는 의도가 의심된다”는 주장과 “성폭력·학폭 가해자는 잘 먹고 잘 살아서는 안 된다. 책임을 철저히 물어야할 것”, “저 정도면 증거 100% 있는 거지”, “이 정도면 뭔가 있긴 있구나”와 같은 반박이 치열히 맞붙고 있다.
한편 이다영·재영 자매 발 학폭·성폭력 폭로가 스포츠계를 넘어 연예계로 일파만파 번지는 상황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이에 더해 여론전의 끝이 결국 법정 다툼으로 매듭지어지면 사회적 비용이 높아진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누리꾼은 “이제 지친다. 얼른 고소하고 마무리하자. 뭐가 진실인지 궁금하다”고 토로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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