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다리 잘 붓고, 저리다면 ‘혈관노화’를 의심하라 [Weekend 헬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05 04:00

수정 2021.03.05 04:00

하지정맥류 환자 5명중 1명 50대 여성
혈관돌출 증상 환자 절반 못미쳐
발바닥 통증·쥐남 등 호소 ‘최다’
종아리 근육 자극하는 운동하고
잘때는 심장보다 다리 높여 완화
다리 잘 붓고, 저리다면 ‘혈관노화’를 의심하라 [Weekend 헬스]
'혈관이 건강해야 오래 산다'는 말은 자주 하지만 '혈관 노화'는 육안으로 드러나지 않아 자각하기 어렵다. 특히, 온몸으로 퍼진 혈액을 다시 심장으로 보내는 정맥에 문제가 생기면 다리가 붓고 무겁게 느껴진다. 나이가 들면서 다리가 무겁고 저리거나 붓는 증상이 계속된다면 정맥 노화로 인한 문제는 아닌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환자 5명 중 1명은 50대 중년 여성

다른 혈관 질환과 같이 일반적으로 연령이 증가하면 정맥의 탄력이 감소하고 판막의 기능도 약해진다.

하지정맥류는 정맥 노화의 대표적인 질환으로 발끝까지 도달했던 혈액이 정맥혈류의 역류를 막는 판막에 이상이 생겨 다리에 고이면서 나타난다.
정체된 혈액 때문에 표재 정맥이 늘어나 피부 밖으로 돌출되어 보이는 것이 일반적인 특징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통계정보에 따르면 2019년 하지정맥류를 진단받은 국내 환자는 21만6127명이다. 이는 2018년(18만4239명) 대비 약 17%가량 증가한 수치로 최근 5년간의 환자 수를 살펴보면 2015년 15만1239명에서 무려 42%가 증가했다.

특히 하지정맥류는 노화로 인해 혈관이 망가지기 쉬운 50대 이상 중년이나 노년층 여성에게 많이 나타났다. 전체 하지정맥류 환자의 68%는 여성(14만7546명)이며 50대 중년 여성 환자는 전체의 20%(4만5030명)로 5명 중 1명꼴로 나타나고 있다.

노화 이외의 하지정맥류 유발 요인에는 △성별 △가족력 △장시간 서 있기 △비만 △임신 △폐경 등이 꼽힌다.

■튀어나오지 않은 하지정맥류도 환자 절반

문제는 하지정맥류에 대한 오해와 낮은 인식 수준이다. 보통 하지정맥류는 '뱀처럼 구불거리는 푸른 핏줄이 튀어나온다'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지난해 대한혈관외과학회와 대한정맥학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환자 중 혈관 돌출을 경험한 비율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오히려 '다리가 무겁거나 피로한 느낌', '발바닥 통증', '쥐 남' 등을 가장 많이 호소했다. 눈에 보이는 혈관 돌출 여부가 하지정맥류 진단의 절대 기준이 아님을 시사한다.

또한 같은 조사에서 국내 성인 10명 중 7명은 하지정맥류 질환명만 알고 있을 뿐 증상, 원인 등 질환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모른다고 답했다. 국내 하지정맥류 환자는 2017년 17만 명, 2018년 18만 명, 2019년 21만 명으로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는 데3 반해 질환에 대한 인식은 저조한 것이다.

이는 조기 진단 및 치료 시점을 놓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정맥류 증상을 겪었거나, 증상이 있다고 생각한 사람 중 병원을 방문한 비율은 일반인 5%, 환자 11%에 불과했고 증상을 경험했음에도 병원에 방문하지 않은 사람 중 25%는 하지정맥류를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운동 등 노력에도 차도 없다면 조속한 상담 필요

증상이 심각하지 않을 때는 종아리 근육을 자극하는 가벼운 운동이나 잘 때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올리고 자는 등의 생활습관으로 어느 정도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하지만 초기증상과 함께 다리에 불편감이 느껴진다면 초음파 진단을 통해 더욱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하지정맥류 치료법은 피부를 절개해 문제가 되는 혈관을 제거하는 발거술, 열을 이용해 폐쇄하는 레이저 시술과 고주파 정맥폐쇄술, 의료용 접합제를 주입해 문제 혈관을 폐쇄함으로써 혈액을 근처 정상 정맥으로 우회하게 만드는 최소침습적 비열(比熱) 폐쇄술이 대표적이다.
의료용 접합제를 사용한 치료법은 이전에 개발된 치료법에 비해 주변 정상 조직의 손상 가능성을 줄여 통증과 멍을 줄인다. 베나실 시술 환자 50명을 대상으로 한 WAVES Study 연구에 따르면 시술 후 직장으로 복귀하는 데 걸린 기간도 발거술(4.3일), 레이저(3.6일), 고주파(2.9일), 베나실(0.2일) 등 최근 개발된 최소침습적 치료법일수록 더 짧았다.


애항하지외과 이일철 원장은 "(하지정맥류) 환자 중에는 단순히 나이가 들어 다리가 무겁다고 치부하거나 자가 노력으로 해결하려는 사례가 많은데, 하지정맥류는 진행성 질환이기에 증상을 방치할수록 혈관 돌출부터 부종, 색소침착, 궤양 등 '만성 정맥 부전'으로 발전할 수 있다"라며 "다리에 쥐가 나서 수면을 방해받거나 증상이 계속된다면 가능한 한 빨리 전문의를 찾아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