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해리 왕자 부부의 인종차별 등의 폭로로 영국이 발칵 뒤집힌 가운데 영국 왕실이 사태 진화에 나섰다.
지난 7일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왕자비의 인터뷰가 전파를 탄지 약 40시간 지나 엘리자베스 여왕은 성명을 발표하고 "해리와 메건에게 지난 몇 년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완전히 알고 난 뒤 온 가족이 슬퍼하고 있다"며 "특히 인종(차별)과 관련해 언급된 이슈는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왕실은 "몇몇 기억은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것들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였으며 가족들에 의해 개인적으로 다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와의 인터뷰에서 해리 왕자와 마클 왕자비는 메건에 대한 언론의 인종차별적 대우 때문에 부부가 영국을 떠났는지 묻는 질문에 그렇다는 취지로 답했다. 해리 부부는 마클이 언론에 시달림받을 때 왕실의 지지가 부족했다고도 여러 번 강조했다.
해리 왕자는 군주제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자신은 시스템의 덫에 잡혀 있었지만 자신이 잡혀 있는 것도 몰랐다면서 다른 왕실 가족들도 덫에 걸려 있는 신세라고 설명했다.
한 외신은 해리 왕자의 인터뷰가 이번 세기에 영국 군주제가 맞은 가장 큰 도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군주제 폐지같은 극단적인 해결이 이뤄지는 것보다 조용한 변혁만이 일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간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영국 국민들은 여왕을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으며, 심지어 공화당 의원들조차 엘리자베스 여왕이 군주인 한 헌법상의 변혁이 일어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보고 있다.
왕실은 1936년 에드워드 8세가 미국 이혼녀 윌리엄 심슨과 결혼하기 위해 왕위를 포기한 것, 1997년 다이애너 왕세자비의 사망 등을 겪은 뒤에 조용히 개혁하려고 노력했다.
이번 위기에서 벗어나는 계획을 짜는 데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찰스 왕세자, 윌리엄 왕자 뿐 아니라 여왕의 개인 비서인 에드워드 영, 찰스 왕세자의 개인 비서인 클리브 앨더튼 등의 소규모 자문단도 함께 할 것이라고 외신은 내다봤다.
최종 결정은 엘리자베스 여왕과 찰스 왕세자, 윌리어 왕자가 할 것이지만 보리스 존슨 총리와 상의하게 될 수도 있다고 보았다. 서열 3위까지인 세 왕족은 이미 2020년 초에 해리 왕자와 마클 왕자비의 독립 후 타협점을 찾기 위해 여왕의 샌드링엄 별장에 모인 적이 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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