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오일장 귀갓길 여성 강도 살해 “반인륜적 범죄”…유족, 엄벌 호소
[제주=좌승훈 기자] 제주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귀가하던 30대 여성을 뒤따라가 살해하고, 돈까지 빼앗은 2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이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광주고법 제주제1형사부(부장판사 왕정옥)는 강도 살인과 점유이탈물 횡령 등의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A(30)씨가 양형부당을 이유로 제기한 항소를 기각했다.
A씨는 지난해 8월30일 오후 6시50분쯤 제주시 도두1동 제주민속오일장 후문과 제주국제공항 사이 이면도로 인근에서 피해자 B(39·여)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일정한 직업 없이 생활하던 A씨는 인터넷 방송에 빠져 여성 BJ(인터넷 방송 진행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최소 10만원에서 최대 200만원 상당의 사이버 머니를 선물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이 과정에서 생활비를 포함해 5500만원을 대출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당일 대상자를 찾기 위해 오일장 부근을 배회하던 A씨는 교통비를 아끼려고 걸어가던 피해자 B씨를 미리 준비한 흉기로 신체를 6차례나 찔렀고, 범행 후 약 5시간 만에 현장을 다시 찾아 시신 은닉을 시도하기도 했다. A씨는 사체를 5m 가량 옮기다 포기하고 B씨의 휴대폰과 체크카드를 훔쳤고, 이를 이용해 편의점에서 식료품을 구입하기도 했다.
A씨는 수사 과정에서 “살해할 생각은 없었으며, 위협해 돈을 빼앗을 목적이었다. 위협하는 과정에서 놀라서 찌르게 됐다”며 우발적 범행을 주장해 피해자 가족과 여론의 공분을 샀다. 재판과정에서도 “BJ에 빠져 살인을 저질렀다는 언론 보도는 과장된 측면이 많다”며 억울함을 피력했다.
A씨의 우발적 범행 주장이 알려지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피해자 아버지의 청원 글이 올라와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피해자 아비지는 “딸은 작은 편의점에서 매일 5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하고 퇴근 후 도보로 1시간 30분 거리인 집까지 걸어서 귀가했다”며 “사건 후 알게 됐지만, 딸은 ‘운동 겸 걷는다’는 말과 달리 교통비를 아껴 저축하기 위해 매일 걸어다녔다”고 전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피해자 아버지는 지난해 11월 열린 1심 결심공판 법정에 나와 “강도 살인에 대한 법령에 정해져 있는 그대로 최고형을 내려달라”면서 “피고인을 영원히 격리 조치해야한다”고 엄벌을 호소했다.
1심 재판부는 “강도살인죄는 반인륜적인 범죄로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할 수 없으며, 죄질이 극히 나쁘다. 피고인은 강도 범행을 위해 미리 칼을 준비했고, 피해자를 살해했다. 당시 피해자가 느꼈을 공포와 고통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원심 판단을 존중했다.
재판부는 “2심에 이르러 양형에 감안할 조건 변화가 없고, 원심 판단이 재량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며 “아직도 피해자에게 용서받지 못하고, 피해회복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무기징역 선고 이유를 밝혔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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