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과 삼성물산 불법 합병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재판이 5개월 만에 재개됐다. 본격적인 재판에 앞선 '공판준비기일'임에도 11명의 검사, 20명 이상의 변호인단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비율 조작 여부를 두고 대립각을 세웠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박사랑·권성수 부장판사)는 11일 오후 2시부터 자본시장법 및 업무상 배임, 외부감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 등의 2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앞서 첫 준비기일은 지난해 10월22일 진행했고 당초 2차 준비기일은 올해 1월14일로 지정됐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됐다. 이날 재판부는 법원 인사 등으로 재판부가 변경되고 열린 첫 재판이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 출석의무가 없어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출석하지 않았다. 검찰 측은 이날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 부회장의 경영승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위법하게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삼성그룹이 2012년 12월 작성한 '프로젝트 G'라는 문건에 따라 이 부회장과 미래전략실 임원들이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및 조작△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등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지분을 이건희 회장에게 물려 받으면 지분이 절반으로 줄고, 당시 순환출자 금지법에 따라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 축소→경영권 약화로 이어져 지배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추진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일명 ‘프로젝트G’라는 문건을 작성하고 이 부회장의 승계에 가장 유리하도록 제일모직 주가는 고평가되고, 삼성물산 주가는 저평가 됐을 때 합병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당시 합병비율은 모직과 물산이 1대 0.35였는데 삼성물산의 낮은 합병비율로 이 부회장은 큰 이익을 보고, 다른 투자자들은 잠재적으로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검찰 측은 "삼성물산 주주들의 부를 이재용에게 이전한 것으로 물산 주주들의 이익은 고려되지 않았다"며 "미전실은 제일모직 주주들에게 허위 자료를 홍보하고, 물산 주주들에게도 합병 찬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허위 정보를 유포했다"고 밝혔다.
삼성물산 최대 주주였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 과정에서도 범죄 혐의가 있다고 봤다.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을 이끌어 내기 위해 '정유라 승마지원'을 약속하고 청와대와 보건복지부를 통해 국민연금을 압박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전반적인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특히 '제일모직 고평가, 삼성물산 저평가'라는 검찰측 핵심 공소사실을 전면 반박했다.
변호인은 “제일모직 주가가 상승한 것은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바이오산업 가치 등이 반영됐기 때문이다”며 “특히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 시가총액이 50조 원인데, 제일 모직이 가진 지분가치만 해도 20조 원이다”고 말했다.
이어 "제일모직 주가가 고평가 됐다면 합병 발표 전에 국민연금이 제일모직 주식을 총 4600억원 순매수하지 않고 매도 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삼성물산 저평가 주장에 대해서도 "당시 삼성물산은 자산가치보다 시가총액이 낮았고 다른 건설사들과 동일 비교했을 때 고평가 상태였다"며 "더불어 합병 이후 2017년 말까지 코스피 지수는 28.1% 오르는 동안 코스피200 건설 지수는 25.7% 떨어지는 등 오히려 추가적으로 주가가 더 떨어질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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