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얼어붙은 취업시장…구직포기 청년들 "무기력 속 게임만"

윤홍집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17 14:02

수정 2021.03.17 14:02

대기업 63.5%, 신규 채용 없거나 계획 미수립
취업 한파에 좌절하는 청년들 '현실도피'
서울의 한 대학교 채용게시판. /사진=뉴스1
서울의 한 대학교 채용게시판. /사진=뉴스1

#. 박모씨(30)은 4년째 취업 준비 중이다. 대학 졸업 후 두 차례 인턴 경험을 했고 수십 건의 이력서를 제출했으나 여전히 '취준생'이다. 취업 준비 초기엔 대기업을 지망했지만 중소기업으로 눈도 낮췄다. 하지만 결과는 같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자리 감소로 중소기업 경쟁률도 하늘처럼 높아져서다. 박씨는 무기력감에 게임에 접속하는 시간만 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취업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구직을 못 하고 '자포자기'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구직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는 취준생은 4명 중 1명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청년층 구직난은 통계치로도 확인된다. 통계청이 17일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올 2월 20대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만6000명, 30대는 23만8000명 감소했다. 청년실업률은 10.1%로 2017년2월(12.3%)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 신규 채용 줄이는 기업…좌절하는 청년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1년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대기업 63.6%가 올 상반기 중 1명도 채용하지 않거나 아직 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신규채용 없음' 기업 비중은 17.3%에 달했다.

취업시장 문턱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자 절망감을 토로하는 취준생이 많아지고 있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최모씨(29)는 "매일 같이 취업 사이트에 들어가 구인 글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압박감을 느낀다"며 "새롭게 올라오는 회사는 적은데 경쟁률은 바늘 구멍에 낙타 들어가는 수준이다. 과거라면 지원하지 않았을 회사도 어쩔 수 없이 이력서를 넣어보게 된다"고 말했다.

민간기업 입사가 어려워지자 공무원 시험으로 눈을 돌린 사례도 적지 않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1년째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김모씨(27)는 "취업이나 공무원 시험이 모두 어렵다면 공무원 시험을 택하는 게 나을 거 같았다"라며 "힘들게 중소기업에 입사해놓고 업무과중과 저임금에 시달리다 그만두는 사람도 많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취업준비생 박씨는 계속된 취업 실패에 좌절했다. 그는 "안간힘을 써서 스펙을 쌓고 이력서를 냈는데 탈락통보를 받으면 다시 이력서를 쓰기 두려워진다"라며 "열심히 해야 하는 줄 알면서도 자꾸 현실도피를 하게 된다. 죄책감을 느끼며 게임에 허비하는 시간만 늘고 있다"라고 자책했다.

취준생의 절망감은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취업준비생 3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시대 구직활동 실태조사'를 보면,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24%에 불과했다. 이외에 "의례적으로 하고 있다"(37.4%), "거의 안 하거나 쉬고 있다"(23.7%) 등 사실상 구직포기비중이 61.1%였다.

예년 같으면 취업지원에 나설 대학가도 개점 휴업이다. 코로나19여파로 현장 취업 프로그램이 모두 멈췄기 때문이다. 일례로 연세대는 매년 150~200개 기업이 참가하는 취업박람회를 개최해 왔으나 지난해부터는 열지 못하고 있다. 모교 선배가 참여해 소그룹으로 진행하는 취업상담도 중단됐다.

연세대 경력개발팀 관계자는 "신규 채용인원은 줄고 취업활동에 제한이 생기다 보니 학생들이 체감하는 취업난이 상당하다"라며 "비대면 취업박람회와 온라인·SNS 취업 상담 등을 더욱 확장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얼어붙은 취업시장…구직포기 청년들 "무기력 속 게임만"

■ 청년 고용대책 규모 커졌지만…

정부는 지난 3일 기존보다 1조 5000억원 늘린 약 6조원 규모의 청년 고용 대책을 발표했다. 청년 디지털 일자리 11만개에 월 18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고, 학교 방역 등 청년 직접일자리 2만 8000개를 만들 방침이다. 또 공공인턴은 2만명 이상 채용한다.

하지만 반응은 회의적이다. 김승웅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지금은 최악의 시기"라며 "예전부터 경기악화로 졸업을 미루는 학생들이 많았으나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졸업하고 취업시장에 나가면 실업자가 되기 때문에 학생들이 어정쩡하게 휴학을 하고 좌절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한시적인 일자리 정책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올해 취업시장이 나아질 거라고 분석했지만 실상은 더 안 좋아지고 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나서서 일자리를 만들고 재정정책을 확대하면 민간시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라며 "코로나 때문에 예산을 동원하는 건 이해하나 기업 주도의 시장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면 상황이 나아지겠지만 당장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라며 "정부는 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청년 교육지원 관련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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