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2심 '일반정보' 국정원 업무에 해당 안된다고 판단
우병우 2심 "현실적으로 국정원, '일반정보'도 수집"
대법 "국정원법 취지, 권한남용 예방하기 위함"
우병우 2심 "현실적으로 국정원, '일반정보'도 수집"
대법 "국정원법 취지, 권한남용 예방하기 위함"
[파이낸셜뉴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죄’에 대해 재심리해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법원이 “국정원법 위반죄 성립 여부는 국정원의 영향력과 특수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판결하는 등 국정원 직원들의 업무범위를 폭넓게 해석하면서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국정원 사례를 연구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판결로 국정원법상 국정원 직원들의 직무범위에 대한 판단 기준이 명확해지면서 심리 중인 국정원 관련 사건들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원 전 원장의 2심 재판부는 그가 국정원 직원들에게 PD수첩 제작진 교체나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후 선거대책, MBC 라디오 진행자 김미화씨 관련 보고서 작성을 시키는 등 국정원법상 직권남용 혐의를 모두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직권남용의 상대방이 국정원 직원인데, 국정원법상 그들에게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국정원법상 국정원 직원들의 업무가 ‘국내 보안정보’에만 해당된다고 보면서다. 이들이 국내 ‘일반정보’를 수집을 했고, 그 행위가 국정원법상 규정된 게 아니어서 국정원장의 직권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2심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당시 국정원에선 국정원의 정보활동에 일반정보 수집도 포함된다고 봤다. 우 전 수석이 국정원 직원들을 시켜 이석수 전 특별감찰반원과 김진선 전 강원지사에 대한 사찰 등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국정원은 수집한 국내 정보를 대통령과 각 수석실에 줬고, 대통령비서실 역시 ‘국내 보완정보’ 등을 넘어서는 국내정보 수집·배포를 지시 내지 요청했다”며 “국정원은 이 활동이 정당한 업무라는 인식 하에 관행적으로 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어 피고인은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에게 사찰을 지시한 것이 추 전 국장이 직원들에게 지시해 줄 것을 인식한 상태에서 요청했다”며 “추 전 국장은 이를 받아들여 직원들에게 지시해 직권을 남용했으므로 피고인은 공범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당시 국정원이 현실적으로 국내 일반정보 수집을 해왔던 사실을 외면할 수 없다고 보는 등 국정원 직무수행 방식과 정보업무 특수성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 업무범위를 넓게 인정한 것이다.
대법원은 국정원의 정보수집활동 등 국정원 케이스를 연구해 왔다. 현직 부장판사는 “우 전 수석의 항소심 선고 전 대법원이 국정원 케이스에 대해 열심히 연구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며 “원 전 원장과 우 전 수석의 사건 중 하나는 대법원에서 판단이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1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원 전 원장의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직권남용으로 인한 국가정보원법 위반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 원심이 관련 법리를 오해했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원 전 원장의 지시는 직권 행사의 모습을 갖췄고 △그 지시가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봤다. 국정원법 22조(직권남용죄) 위반을 판단할 때는 형법 123조(직권남용)를 판단할 때와 다르게 고려해야 할 점들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정원법의 전신인 구 국가안전기획부법부터 직원들의 직권남용을 금지하는 조항이 있었다. 처벌 수위도 형법상 직권남용죄보다 무겁다. 조항의 입법취지는 국민의 자유·권리 침해를 방지하고 국가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지 않기 위함이라는 게 대법원의 설명이다.
대법원은 “직권남용으로 인한 국정원법 위반죄 성립 여부는 직권남용죄 일반에 적용되는 법리뿐 아니라 국정원의 법적 지위와 영향력, 국정원 직무와 직무수행 방식의 특수성, 국정원 내부의 상명하복 지휘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이 국정원법상 직권남용죄에 대한 판단을 보다 명확히 하면서 우 전 수석의 상고심 등 국정원 관련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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