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최대 생활용품 및 가전기업 '아이리스 오야마 그룹'
아이리스 켄타로 회장 인터뷰
매출 7조2000억원대 글로벌 기업
손정의 회장과 더불어 성공한 재일 한국인 기업가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문제 지적
75세 현역 오너 기업인, "사원없는 회사는 없다"
"한일관계, 앞을 내다보고 가야"
아이리스 켄타로 회장 인터뷰
매출 7조2000억원대 글로벌 기업
손정의 회장과 더불어 성공한 재일 한국인 기업가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문제 지적
75세 현역 오너 기업인, "사원없는 회사는 없다"
"한일관계, 앞을 내다보고 가야"
【도쿄=조은효 특파원】 일본 최대 생활용품, 가전기업 '아이리스 오야마'의 오야마 켄타로 회장(75)은 손정의(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더불어 성공한 재일동포 기업인이다.
반세기 전 19살에 부친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오사카의 영세한 플라스틱 주조 공장을 이어 받게된 그는 아이리스 오야마를 설립, 현재는 일본, 미국, 중국, 한국, 프랑스 등에 거점을 둔 매출 7조2000억원대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 일본 경제계에서도 입지전적인 인물로 꼽힌다.
일본 가전의 암흑기인 2000년대 중반, 중저가 가전 시장을 파고든 전략을 구사했으며, 생산부터 판매망까지 갖춘 '메이커 벤더' 경영방식으로 '가전업계의 유니클로'로 불리기도 한다.
손 회장이 쿠팡에 투자한 것처럼 오야마 회장도 한국에 투자했다. 오야마 회장은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한국에 아이리스 코리아를 설립했으며, 2019년 인천 송도에 1억 달러(약 1130억원)를 투자, 소형 가전 및 생활용품 제조·연구시설을 건립했다.
파이낸셜뉴스는 오야마 회장과 화상 인터뷰에서 최근 한일관계와 오야마식 경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한·일 앞을 향해 나아가야"
오먀아 회장은 57세가 될 때까지 한국 국적을 유지했다. "모친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 강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인으로서 차별은 없었으나, 핸디캡은 있었다"면서 "핸디캡이 극복의 에너지로 연결되면서 그 자신을 강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한국전쟁의 상흔이라는 핸디캡, 일본을 뛰어넘어보자는 삼성, 현대 등 한국 경영자들의 극복의 정신이 사원들에게 전해지며, 그것이 '한강의 기적'으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의 젊은이들은 최근 핸디캡을 잃어버린 것 같다"고 했다. 경제가 성장하며, 핸디캡이 있었던 자리는 명문대, 대기업을 선호하는 '브랜드주의', '간판'을 중시하는 문화로 바뀌었다고 했다. 그는 "한 마디로 안정지향적 사고에 빠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오야마 회장은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매우 불행한 역사가 있었으며, 과거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한·일 양국이 특히, 경제 부분에 있어서는 '윈-윈'하기 위해 후방이 아닌 전방을 위해 향해 서로 한 발 한 발 나아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일 한국인 "재팬 솔루션 제공"
오야마 회장은 지난해 일본에서 극심한 마스크 품귀 현상이 빚어지자, 중국 공장의 마스크 생산 일부를 일본으로 이전하고, 한국, 미국, 프랑스 등으로도 생산라인을 분산배치했다. 경제성 문제를 떠난 과단성 있는 결정으로 일본 내에서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일본의 한 매체는 "아이리스 측이 2020년 8월이면 월 1억5000만장의 마스크를 생산할 계획"이라며 "아베노마스크 1억3000만장을 가볍게 뛰어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오야마 회장은 "가격이 싸다고 해서, 또 편리하다는 이유로 중요한 물질, 기본적인 상품 마저 해외(서플라이체인)에 의존하는 리스크가 있다"면서 특히, "이번 마스크 사태에서 그런 문제가 나왔고, 한국도 일전에 반도체 불화수소 문제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본물자를 어느 한 나라에 내맡기는 것은 리스크가 있는 법, '지키지 않으면 안되는 것'과 글로벌 서플라이체인이라는 '경제성'사이에 양면 전략(二面, 복합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불화수소 문제란, 2019년 일본 정부가 실시한 불화수소 등 반도체, 디스플레이 패널의 핵심 소재 수출규제를 말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일시 어려움을 겪었다.
마스크 생산 거점 분산배치 결단은 그가 재일 한국인 출신이란 '핸디캡'을 넘어 일본 사회를 향해 당당히 "재팬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각종 에너지 절약 상품을 선보였으며, 도쿄 대지진에 대비해 물 사업에 뛰어들었다. 최근에는 일본의 인구 감소에 대비해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로봇 회사를 설립했다.
■사원이 없는 회사는 없다...美식 경영 경계
한국 재계 실정에 비쳐 볼 때 눈여겨 볼 부분은 '글로벌 기업'이면서도, '오너 경영 체제하 비상장 기업'이란 점이다. 미국식 경영에 기반, 실적이 좋지 않으면 직원 구조조정을 하는 한국 기업의 행태에 과거 쓴소리를 한 바 있던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회사는 누구의 것인가. 소유권은 주주에게 있더라도, 사원이 없는 회사는 없다"고 다시 한번 일침을 가했다. 1973년 오일쇼크 당시 도산직전에 내몰렸던 그는 "절대로 직원을 자르지 않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회사 소유권은 주주에게 있지만, 매출·이익을 올리는 것을 결국 경영자와 직원"이라며 "리먼브라더스 사태나 코로나 상황에서도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사원과 경영자가 일체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금융기관, 투자자들이 주주가 되는 미국식 금융자본주의의 경우, 당장의 이익과 배당을 우선시하게 되고, 이로 인해 장기적 관점에서 경영 대응이 어려워지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75세 현역'으로 뛰면서 매주 월요일 직원들과 신규 아이템 회의에 참석하는 그는 전문경영인 체제 역시 "눈 앞의 실적과 과제에 얽매이게 돼 장기적인 대응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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