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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차등지급·위원교체… 최저임금 협상 올해도 가시밭길

홍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16 17:39

수정 2021.03.16 17:39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31일 시작
전년 1.5% 역대 최저 인상률
勞 "코로나는 핑계… 대폭 올려야"
使 "한국 높은 편… 차등 지급을"
90일내 의결 쉽지 않을듯
코로나·차등지급·위원교체… 최저임금 협상 올해도 가시밭길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한 본격적인 심의일정이 임박한 가운데 노사 간 극도의 파열음이 예상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 여파가 이어지면서 최저임금 인상폭을 비롯해 △업종별 차등 지급 △최저임금 산입범위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교체 등 쟁점이 수두룩하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논의에 앞서 이미 팽팽한 장외공방전을 펼칠 태세다. 인상률 관련, 노동계는 지난해 역대 최저 수준 인상률(1.5%)을 기록한 만큼 "코로나는 핑계"라며 '대폭 상향'을 밀어붙인다는 입장이다. 경영계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을 앞세워 대립각을 예고했다.

■최저임금 공방 '첩첩산중'

오는 31일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위에 심의를 요청하면 2022년도 최저임금 심의 절차가 시작된다.

당장 최저임금 인상률 공방이 후끈 달아올랐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16일 "최저임금은 대폭 인상돼야 한다"면서 "노동자가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저임금과 실제 가구 생계비 차이가 크다"며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은 상당히 낮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위에 최초제시안에 얼마를 요구할지는 내부적으로 토론 중이라고 전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경총 관계자는 이날 "지난해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중위임금 대비 62.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 가운데 6번째로 높았다"면서 "우리나라 최저임금 수준은 세계적으로 봐도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저임금은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2018년 16.4%, 2019년 10.9%로 가파르게 올랐으나 최저임금 인상 반대 여론에 밀려 2020년에는 2.87%로 떨어졌고, 2021년에는 1.5%로 빠르게 낮아졌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한 올해 1%대 인상률은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1988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업종별 차등 지급을 둘러싼 공방도 뜨겁다. 민노총 관계자는 "코로나19는 국가적 재난사항인데 국가의 책임은 빠져 있다"면서 "지역과 업종 차등지급에 대해 완벽하게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로지 어려우니까 '다 같이 허리띠를 졸라매자' '임금을 줄이자'는 것은 근시안적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의 고용정책이나 분배정책을 통해 개선해야 한다"면서 "다 같이 고통분담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반면 경총 측은 "업종별 차등화 도입은 매년 나왔던 문제"라며 "노동계는 최저임금이라는 게 최저수준인데 그걸 구분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주장하지만, 경총은 2010년 이후 구분 적용해달라고 매번 요청했다"고 말했다. 경총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에 따라 올해도 업종별 차등화 지급을 요청할 계획이다.

■산입범위·위원교체도 핫이슈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대해서도 민노총은 "재작년 산입범위가 바뀌면서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이 줄어들었다"며 "올해는 계약된 산입범위를 정상화하는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상여급·복리후생비 등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됐다.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확대되면 사용자는 실제 임금을 그만큼 덜 올려주고도 최저임금 위반을 면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대해 경총은 "2018년 법을 개정했지만, 이전보다 조금 늘어난 정도"라며 "산입범위가 넓혀지긴 했지만 외국에 비해선 아직 넓지 않은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최저임금위 위원 3분의 2가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어 교체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최저임금위에 따르면 현재 노(9명)·사(9명)·공익(9명) 등 27명의 위원 중 노(8명)·사(9명) 의원 등 25명의 임기가 5월 13일 만료돼 위촉 절차가 진행 중이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결정에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민노총 측은 "공익위원이라고 하지만 정부안을 가지고 온다. 정부위원이라고 봐야 한다"면서 "공익위원에 어떻게 추천하고 누구를 선정할지에 대해서도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경총은 의원 구성이 바뀌어도 노동계나 경영계 입장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한편 최저임금위는 고용부 장관의 심의 요청 이후 90일 안으로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해야 한다.
물론 노사 간 줄다리기로 인해 의결기한을 지킨 적은 많지 않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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