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사기죄"… 벌금형 확정
불법 낙태 수술을 한 뒤 다른 질병으로 요양급여를 청구해 온 의사에게 벌금형이 확정됐다. 이 의사는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처벌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낙태죄 부분은 무죄가 확정됐지만 허위로 요양급여를 청구한 혐의는 유죄로 인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의사 A씨의 상고심에서 업무상 승낙낙태 혐의를 무죄로, 의료법 위반 및 사기 혐의는 유죄로 보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광주광역시에서 산부인과를 운영중인 의사 A씨는 2014년 9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60여명의 부녀들을 상대로 낙태수술을 했음에도 이를 숨기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를 청구할 목적으로 진료기록부에 병명을 '상세불명의 무월경' 또는 '자궁의 급성염증 질환' 등 거짓으로 진료기록부를 작성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A씨에게 촉탁이나 승낙을 받아 낙태를 한 혐의(업무상 승낙낙태)와 낙태수술을 한 환자들에 대해 허위로 요양급여를 청구 혐의(사기)도 적용했다.
지난 2018년 2월 1심은 "낙태수술에 더해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하고 이를 근거로 보험급여까지 편취한 점을 볼 때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항소했는데 2심 과정에서 변수가 생겼다. 지난 2019년 4월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이다.
2심은 이를 근거로 A씨의 업무상승낙낙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헌법재판소법 47조 3항은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에 대해 위헌결정이 나온 경우 그 조항은 소급해 효력을 상실한다'고 규정한다.
2심은 다만 "피고인이 낙태수술 사실을 감추고 병명을 다른 질환으로 기재해 요양급여를 청구한 것은 건보공단으로 하여금 의사결정에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것으로서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하며, 짧지 않은 기간 허위의 진료기록을 반복해 작성했다"며 사기 혐의 및 의료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보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