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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컨 방한 앞두고 초조했나.. 김여정 "南, 전쟁의 3월 선택"

김현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16 18:18

수정 2021.03.16 18:18

군사합의서 파기 거론 등 엄포
절제된 메시지로 대화여지 남겨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 접촉시도에 나섰지만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한미연합훈련을 이유로 "3년 전 봄은 다시 안온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미국의 두 외교안보 사령탑 토니 블링컨·로이드 오스틴 미 국무·국방장관이 첫 해외 순방지로 일본과 한국을 잇따라 방문하며 바이든표 '대북 새판짜기' 시동을 거는 가운데 이에 대한 불만과 우려를 드러낸 걸로 보인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동생 김여정 부부장은 16일 조선중앙방송 담화를 통해 "남조선 당국이 8일부터 우리 공화국을 겨냥한 침략적인 전쟁 연습을 강행하는 길에 들어섰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한국정부를 향해 "또다시 온 민족이 지켜보는 앞에서 '따뜻한 3월'이 아니라 '전쟁의 3월', '위기의 3월'을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김여정은 "북남 군사분야합의서도 시원스럽게 파기해버리는 특단책과 대화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금강산국제관광국 등을 없애버리는 문제도 검토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에 대해 "앞으로 4년간 발편잠(근심·걱정 없이 편안히 자는 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한미연합훈련은 9일간 일정으로 오는 18일 종료를 앞두고 있다.
이미 코로나 여파로 야외기동 등 실전훈련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대체되면서 북한이 반발 명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북한이 이번에 남측을 향해 군사합의서 파기 등 엄포를 놓고, 미국에도 대화보다 갈등과 도발을 경고하면서 향후 북미 대화 복원까지는 상당한 진통을 예고했다. 다만 이번 대미 메시지는 그나마 절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김여정의 이번 발언은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침묵을 지켜온 북한의 첫 메시지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의 소리(VOA) 등에 따르면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5일(현지시간) "미국의 여러 차례 시도에도 북한과 적극적인 대화가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위해 채널 복원 시도를 하고 있다는 가운데 북한이 어떤 식으로든 메시지를 내놓은 점에서 향후 대화 성사 여지는 남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왕선택 여시재 정책위원은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첫 입장 표명에서 비교적 절제된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관계 개선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시사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위기의 3월을 선택한 것은 남한이라고 규정한 것은 앞으로 북한이 도발적 행동을 한다면 그 책임이 남한에 있다는 프레임을 만들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kimhw@fnnews.com 김현우 강규민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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