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지수·기성용 등 학폭 폭로 명과암 "법적피해보상 어렵기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17 15:51

수정 2021.03.19 17:15

청소년폭력예방 푸른나무재단 서면인터뷰
1995년 6월 학교폭력으로 죽음을 선택한 
아들의 아버지가 설립한 비영리 공익법인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학폭 문제를 다룬 MBC TV 'PD수첩' /사진=뉴시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학폭 문제를 다룬 MBC TV 'PD수첩' /사진=뉴시스
지수·기성용 등 학폭 폭로 명과암 "법적피해보상 어렵기에..."
배우 지수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학교 폭력 의혹과 관련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자필 사과문(출처=지수 인스타그램 캡처) /사진=뉴시스
배우 지수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학교 폭력 의혹과 관련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자필 사과문(출처=지수 인스타그램 캡처)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최근 몇 달간 배구선수 이다영·이재영 자매부터 학교폭력 사실을 인정한 배우 지수, 학폭 의혹으로 방송가서 잠시 퇴출된 에이프릴 이나은, 여자아이들 수진 등 ‘학폭 미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실관계가 확인된 사례도 있지만 기성용, 현주엽 선수와 배우 조병규, 김동희, 박혜수 등 진실공방이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푸른나무재단(청소년폭력예방재단) 사이버SOS센터의 이연지 팀장은 유명인을 중심으로 터지고 있는 ‘학폭 미투’와 관련해 “학교폭력에 대한 심각성을 공감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 긍정적”이라면서도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악의적 비방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다른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의심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학폭 과정에서 발생한 폭행이나 특수상해의 경우 공소시효가 5~10년이라 뒤늦은 폭로로 피해자가 법적인 보상을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한다. 이연지 팀장은 “이러한 현실적인 대응 방안 부재로 가해자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통한 피해자의 용서와 화해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며 관계를 회복하는 힘”이라며 “학교폭력 문제는 우리 모두의 사회적 책임임을 인지하고 그동안 사회에 자리 잡고 있던 ‘사과와 용서를 하면 지는 게임이 된다’는 그릇된 통념을 깨야한다”고 강조했다.


푸른나무재단은 1995년 6월 학교폭력으로 죽음을 선택한 아들의 아버지(설립자 김종기)가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시민사회에 알리고 학교폭력 예방과 치유활동을 목적으로 설립한 비영리공익법인이다. UN경제사회이사회에서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은 청소년NGO이다. 다음은 푸른나무재단과 나눈 일문일답

Q. 유명인을 중심으로 터지고 있는 ‘학폭 미투’의 긍정적 혹은 영향을 꼽는다면?

A. 아무래도 학교폭력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학교폭력에 대한 심각성을 공감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고, 피해자들이 당당히 자신의 피해를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마련됐다. 잠재적 가해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는 효과도 있으며,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사회적, 정치적 관심이 집중됨에 따라 사회적 제도 마련에도 긍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하지만 부정적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채 마녀사냥이 될 위험이 있으며, 악플, 사이버불링 등 2차 가해가 이루어진다. 특히 유명인이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될 경우 모든 커리어가 끝나는 사회적 매장이 될 수 있는데 이는 과도한 처사일 수 있다. 무엇보다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악의적 비방은 당사자뿐 아닌 다른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의심하게 만들 수 있기에 허위사실 유포는 막아야 한다.

Q. 배우 지수의 경우, 과거 학교폭력을 인정했다. 폭력, 폭언, 성추행 등을 저질렀다는 제보가 이어졌는데, 지금이라도 피해자들이 법적으로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있는가?

A, 형사법에 따르면 폭행죄의 공소시효는 5년이며, 특수상해죄의 공소시효는 10년이다. 배우 지수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시기가 2008년이므로 이미 공소가 지났다. 민법 766조를 보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소멸시효는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 지나거나 손해가 발생한 날로부터 10년’이기 때문에 민사소송도 제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공소시효 안에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범행을 입증할 증거를 피해자가 오롯이 준비해야 하며 소송 자체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그동안 피해자가 다시 받을 심리적 고통은 상당하다.

Q. 피해자들의 제보에 “학교나 교사들 등 어른들은 무엇을 했는지” 책임론도 대두됐다. 제도적 한계와 개선점은 무엇인가?

A. 푸른나무재단에서 2019년에 실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 후 ‘부모님께 도움을 받았다’(31.6%)가 가장 높게 나타났고, 그 다음으로는 ‘학교 선생님께 도움을 받았다’(24.5%),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17.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자기보고식의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응답한 학생이 17.6%나 된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제도적 허점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2020년 2월 5일에 개정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0조 제4항에’ 의하면 전학 조치된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이 상급학교에 진학할 때에는 각각 다른 학교를 배정하여야 된다는 조항이 있다. 하지만 상급학교 진학 시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학교로 배정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Q. 학폭 미투가 일회성으로 사라지지 않고 직접적으로 우리 사회에 긍정적 반향을 일으키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A. 학교폭력 사건에서 피·가해자를 위한 최선의 해결책은 가해자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통한 피해자의 용서와 화해이다. 시간이 흘러 이제라도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학교 현장에서 곧바로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푸른나무재단에서는 현재 이러한 화해를 돕기 위해 ‘화해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진정성 있는 사과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며 관계를 회복하는 힘이 있다. 이러한 진정한 사과를 통한 화해가 범국민적인 운동으로 확산이 된다면 좋을 것이다. 많은 분들의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

Q. 가해자의 진정한 사과가 정말 필요하지만, 피해자들의 오랜 고통을 감안할 때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의구심도 든다.

A. 푸른나무재단에서 ‘2019 전국학교폭력실태조사연구’를 진행한 결과 학교폭력이 일어났을 때 '사과'와 '관계의 회복'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당시 학교폭력 피해자에게 ‘학교폭력 피해 후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요?’를 물었다. 응답자의 43.5%가 ‘가해 학생이 사과하고 다시 사이좋게 지낸다’고 답했다. 이어 ‘부모님, 교사 등 어른들의 위로와 도움을 받는다’(30.0%), ‘반, 학교, 학년 등이 달라진다’(가해자와 분리, 9.7%) 순으로 답했다.

학교폭력 가해자에게도 ‘학교폭력을 가해한 후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요?’를 물었다. 응답자의 67.7%가 ‘피해 학생에게 사과하고 다시 사이좋게 지낸다’고 답했다. 이어 ‘부모님, 교사 등 어른들의 가르침과 조언을 받는다(14.3%), 전문가(경찰, 의사, 변호사, 상담사 등)를 만난다(6.7%) 순으로 답했다.

Q. 가해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다수의 경우는 가해자의 진정한 사과를 통한 화해가 문제해결에 있어 중요할 것 같다. 실제 기억나는 화해·조정 사례가 있다면?

A. 한 중학교에서 집단으로 A학생이 뒷담화를 했다는 이유로 B그룹(6~7명)의 학생들이 집단 괴롭힘을 한 사건이 있었다. A학생이 2주 결석한 상태에서 학교폭력대책위원회에서 징계처분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B그룹 중 한명의 학생이 억울하다며 손목을 긋고, A학생에 대한 괴롭힘을 부정했다.

이 가운데 A학생과 B그룹 학생들과의 만남으로 실제 서로의 마음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A학생이 뒷담화를 한 것은 사실이었으나 “한 번의 말들로 다시는 친구로서 받아들여지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너무 컸기에 무섭고,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A학생의 이야기를 들은 B그룹의 한 학생이 “왜 그런지 모르고 뒷담화를 한 너에게 화가 너무 났는데, 지금이라도 이유를 이야기해줘 고맙다. 너를 미워하지 않는다”고 얘기했다. 서로의 마음과 상황을 헤아리는 순간이 있었기에 서로 깊은 상처로 남지 않고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렇듯 피해자·가해자 모두 서로에게 ‘사과’하는 것이 필요했다. 학교폭력의 궁극적 해결점은 양자가 함께 관계회복의 길을 찾아야 한다. 즉, 피해자는 만성의 정신적 고통과 트라우마 상태를 벗어날 수 있어야 하고, 가해자는 진심어린 반성과 사과의 기회가 있어야 한다. 이런 치유와 성장은 진정한 반성과 사과로부터 시작되고, 인간관계 회복으로 마무리될 수 있다.

한편 푸른나무재단은 앞서 2월 17일 UN경제사회이사회 사회개발위원회 59차 본회의(CSocD59)에서 구두성명문을 발표했다.

UN경제사회이사회 사회개발위원회 본회의는 UN에 가입한 193개국의 정상 및 UN경제사회이사회 협의지위를 획득한 세계 5,500여개의 NGO·국제기구 등이 참여하여 매년 정해진 의제와 관련해 정책제안을 하는 자리이다.


‘사회발전 및 복지를 위한 디지털 기술의 역할’을 주제로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번 본회의 중 30여 곳의 NGO에게만 발언기회가 3분씩 주어졌으며, 이 중 푸른나무재단이 대한민국에서는 유일하게 발언권을 획득했다.

푸른나무재단은 3분 구두성명문을 통해, 청소년에게 있어 최근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른 명(明)과 암(暗)을 밝히며, 청소년 사이버폭력의 심각성 및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푸른나무재단이 ‘교육부-사랑의열매-삼성’과 작년부터 협력해 진행하고 있는 청소년 사이버폭력 예방교육 사업 ‘푸른코끼리’를 예시로 들며, 디지털 기술의 강점을 활용해 청소년들이 내면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정책 제안 및 다자간 협력을 촉구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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