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이런 막말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김여정은 대남비난 수위를 높여 왔다. 눈속임용 비핵화 약속의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경제제재 해제를 얻어내려던 기도가 수포로 돌아가자 남쪽으로 불만을 투사한 셈이다. 2019년 8월 "삶은 소대가리"라며 문 대통령을 직격하고, 지난해 문 정부 인사들을 "특등 머저리"라고 힐난한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김여정이 막말 공세의 선봉장을 자처하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이른바 백두혈통 남매의 '굿캅-베드캅'식 역할분담의 일환일 수도 있어서다. 김여정이 대남 악역을 전담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보다 한 단계 높은 위치에서 미국과의 빅딜에 전념하려는 수순이란 추론이다. 그래서인지 미 국무·국방 장관의 동시 방한을 앞두고 바이든 정부에는 매우 절제된 언급만 했다. 즉 "4년간 발편잠(마음 편한 잠)을 자는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면서다.
북한 정권이 대미협상의 여지는 열어두면서 육두문자를 총동원한 대남비방에 나섰다면 내부사정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얘기다. 얼마 전 통계청에 따르면 쌀·옥수수 등 북한의 지난해 곡물 수입액은 1년 전보다 242% 급증했다. 지난해엔 코로나19 사태 여파도 겹쳤지만, 핵개발로 인해 국제제재를 자초한 게 본질적 요인이다. 그렇다면 북의 막말공세에 휘둘려 한·미 공조에 틈을 보여선 곤란하다. 18일 열릴 양국 외교·국방 장관 간 '2+2' 회담은 북한의 핵 포기 등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청사진을 공유할 기회가 돼야 한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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