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휘문중·고 농구부 출신 단독 인터뷰
폭로 기수, 후배에겐 또 다른 '학폭' 가해
폭행·얼차려·욕설·부조리 일상다반사
"현주엽 특별히 폭력적인 기억 없어"
[파이낸셜뉴스] 현주엽씨(45)에게 학교폭력(학폭)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후배들로부터 학교폭력 피해를 입었다는 또 다른 후배의 주장이 나왔다. 언론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폭로와 반박이 잇따르는 가운데 등장한 새로운 주장이다.
폭로 기수, 후배에겐 또 다른 '학폭' 가해
폭행·얼차려·욕설·부조리 일상다반사
"현주엽 특별히 폭력적인 기억 없어"
현씨가 폭로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자 당사자는 법정에서 사실을 가리겠다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새로운 폭로다. 다만 현씨에 대한 폭로와 마찬가지로, 이번 증언 역시 30여년이 지나 입증할 수 있는 물증이 없는 상태다.
■"현주엽이 폭력? 그 후배들에게 나도 맞아"
현씨와 폭로를 주도한 김모씨의 휘문중·고교 후배로, 역시 농구부에서 활동을 했던 A씨는 18일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폭로를 주도한 김씨의 동기들로부터 학교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제 기억으로는 현주엽 선배의 1년 후배인 기수 여럿은 후배들에게는 좋지만은 않은 선배였다”며 “(이들에게) 주먹으로 여기저기 맞는 건 다반사였고 단체 집합해서 당신들이 아이스하키 스틱으로 때리던 게 아직도 기억난다”고 떠올렸다.
A씨는 “현주엽 선배한테 학교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하는 13명 중에 6명이 이번 폭로에 동참했다고 하는데 대략 누구인지 가늠이 된다”며 “당신들은 과연 후배들에게 떳떳한 선배였는지 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A씨는 당시 휘문중·고교 운동부의 분위기를 상세히 설명했다. 폭력과 얼차려가 횡행했고, 대부분 그 속에서도 훈련에 열중했다고 했다. A씨는 개인의 성향에 따라 이 같은 행동에 동참하거나 하지 않느냐의 차이가 있었을 뿐, 부조리가 아예 없다고 말하는 이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A씨는 “당시엔 맞고 얼차려 받으며 운동하는 게 일상이었다”면서도 “현주엽 선배의 폭력을 피해 도망쳤다고 주장한 13명도 그런 폭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A씨가 김씨의 동기 등으로부터 당했다고 주장한 폭력 사례는 다음과 같다. △학교 앞 매점인 OO식품에서 돈을 주지 않고 음식 사오라고 시킴 △부실에서 몇 시간 동안 벽을 보고 부동자세로 세워 움직이면 폭행 △단체집합시켜 아이스하키 스틱으로 폭행 등이다.
이와 같은 폭력이 농구뿐 아니라 당시 운동부였던 야구부와 아이스하키부에서도 일상적으로 벌어졌다고 증언했다.
다만 A씨는 '학교폭력은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폭력 등 부조리가 일상화돼 있는 건 잘못이지만 30여년이 지나 현씨가 홀로 악당으로 지목될 문제는 아니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A씨는 “현주엽 선배가 장기판으로 머리를 치거나 그런 행동을 했는지 본적은 없다”면서도 “분명한 건 저랑 동기들이 아는 현주엽 선배는 되게 농구를 잘 하는 형으로, 동경의 대상으로 기억하고 있지 선을 넘어서 폭력적이라거나 무섭다고 소문이 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라고 떠올렸다.
A씨는 현씨와 김씨와는 따로 연락이 닿지 않는 사이로, 현재 농구계에 종사하지 않고 있다. A씨는 “중·고등학교가 운동부실도 같이 있고, 밥 먹을 때도 같이 먹을 때가 있고, 운동 끝날 때도 같이 있게 되고 해서 형들 성향에 대해 기억이 난다”며 “논란이 터지고 동기들이 만난 자리에서 ‘이거 진짜 너무한 거 아니냐’고 얘기가 많이 나와 인터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30년 전 학폭, 법정서 가려지나
현씨의 학교폭력 논란은 여자배구 유명 스타 이재영·이다영 자매의 학교폭력 인정 이후 연달아 불거진 학교폭력 미투의 연장선에서 터져 나왔다. 현재까지 농구계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은 학교폭력 폭로로, 휘문중·고교 선후배들을 중심으로 진실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시작은 지난 1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당대 최고의 농구 선수 H의 진실’이란 게시글이었다. 작성자인 김씨는 자신이 현씨의 2년 후배라며 1992년 추계전국남녀 중·고 농구연맹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상장 사진도 함께 올렸다.
김씨가 폭로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아파서 병원에 가려 해도 현씨의 허락을 받도록 함 △운동장에서 ‘원산폭격(뒷짐을 진채 몸을 굽혀 머리를 땅에 박는 동작)’을 시키고 버티지 못하면 폭행 △후배들이 잘못하면 장기판 모서리로 폭행 △본인 도시락 반찬 소시지에 방귀를 뀐 뒤 후배들에게 강제로 먹으라고 한 사실 △이 같은 행위로 현산군으로 불렸다는 내용 등이다.
당초 H씨로 언급됐던 가해자가 현씨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김씨 역시 자신의 실명을 공개하고 추가 폭로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현씨는 사실무근이라며 지난 17일 경찰에 김씨를 고소했다. 김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 "고소해줘서 정말 감사하다"며 "현주엽씨가 양의 탈을 쓰고 대한민국 국민을 속이며 조롱해 왔다는것을 입증해 보이겠다"고 밝혔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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