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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고양시 도시재생 ‘순풍’…공간가치 ‘쑥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18 12:32

수정 2021.03.18 12:32

이재준 고양시장. 사진제공=고양시
이재준 고양시장. 사진제공=고양시

【파이낸셜뉴스 고양=강근주 기자】 “우리 마을은 골목이 많아 소방차가 들어오지 못하잖아요. 소화기를 동네 구석구석 놓는 건 어떨까요?” “그럼 평범한 소화기 대신 우리 세솔마을에 어울리는 디자인이 그려진 소화기가 좋을 것 같아요.”

주민들은 고양시 덕양구 삼송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 회의실에 모여 서로 안부를 묻다 자연스럽게 ‘우리 동네 보이는 소화기 사업’ 이야기를 이렇게 시작했다.

도시재생이란 낯선 용어에 고개를 갸우뚱하던 주민이 하나둘 모여 머리를 맞대면서 마을이 달라지고 있다. 붕어빵 찍어내듯 똑같은 개발이 아니라 마을 역사와 정서가 고스란히 살아있는 작은 변화가 차곡차곡 쌓여서다.

고양시는 2017년 12월 덕양구 원당-화전을 시작으로 2018년 덕양구 삼송-일산서구 일산, 2019년 덕양구 능곡이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선정됐다. 2019년 12월에는 덕양구 성사지역도 ‘도시재생 혁신지구 국가시범지구’로 선정돼 총 6곳에서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된다.
이밖에도 백마화사랑-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 등이 리모델링으로 새로운 의미를 갖는 공간이 됐다.

이재준 고양시장은 18일 “도시는 낡고 고치고 다시 짓는 과정을 반복하는 생명체”라며 “지역에 담겨있는 고유성과 가치를 발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매력적으로 변화시키면서 마을 역사를 연장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도시재생이며,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도시, 고양시를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양시 토당문화플랫폼(능곡1904) 전경. 사진제공=고양시
고양시 토당문화플랫폼(능곡1904) 전경. 사진제공=고양시
고양시 화전드론앵커센터 조감도. 사진제공=고양시
고양시 화전드론앵커센터 조감도. 사진제공=고양시

◇ 화전 드론센터, 일산 복합커뮤니티센터 건립 ‘본격궤도’

고양시는 덕양구 원당-화전-삼송-능곡 등 4곳과 일산서구 일산 등 총 5곳에서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중 화전지구의 ‘화전 드론앵커센터’, 일산의 ‘일산 복합커뮤니티센터’, 능곡의 ‘토당문화플랫폼’ 등이 주목을 끈다.

화전 드론앵커센터는 경의중앙선 화전역 인근 4775㎡ 부지에 지하1층, 지상3층 규모로 조성된다. 총 140억원이 투입돼 실내비행체험장, 드론 기업-연구개발 공간이 조성되며 오는 4월 착공해 내년 9월 준공할 예정이다. 고양시 드론산업 전진기지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다.

일산 복합커뮤니티센터는 526억원을 투입, 경의중앙선 일산역 앞에 연면적 2만1000㎡에 지하2층 지상13층 규모로 건립된다. 일산서구보건소, 공동육아나눔터, 창업공간 등 행정-복지기능이 집약된 복합 건축물과 행복주택 132세대가 입주한다.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참여해 행복주택 건립과 운영관리를 맡는다. 올해 말 착공해 2023년 3월 준공 예정이다.

2019년 가장 늦게 도시재생 사업에 뛰어든 능곡지구는 옛 능곡역사를 리모델링한 ‘토당문화플랫폼’이 작년 10월 준공되면서 빠른 성과를 보이고 있다. 토당문화플랫폼은 3월말 개관하며 카페-전시장-주민교육장-공유주방 등으로 꾸며져 새로운 문화예술 복합공간으로 기능할 전망이다. 특히 지역주민이 토당문화플랫폼 3개 공간에 ‘능곡1904, 공감1904, 키친1904’라는 이름을 직접 짓는 등 높은 관심과 애정을 보였다.

50년 역사를 가진 능곡전통시장 활성화도 추진하고 있다. 능곡시장 상인을 대상으로 경영 컨설팅, 점포수리, 먹거리 개발, 능곡시장 브랜드 개발을 통해 오랜 세월 명맥을 이어온 70여개 점포 살리기에 주력할 계획이다.

덕양구 주교동에는 작년 4월 ‘배다리 행복나눔터’가 준공됐다. 마을주민 소통공간이다. 11억원 예산을 투입, 노후 상가를 매입해 리모델링했다. 특히 건물 1층을 기존 상인에게 다시 임대해, 원주민이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둥지 내몰림) 현상을 방지하며 지역주민과 상생을 보여줬다.

고양시 성사혁신지구 조감도. 사진제공=고양시
고양시 성사혁신지구 조감도. 사진제공=고양시

◇ “더 빠르고 강력하게”…‘고양 성사혁신지구’ 6월착공

덕양구 성사동 일원에는 ‘고양성사 도시재생 혁신지구’가 조성된다. 총사업비 2915억원이 투입되며 올해 6월 착공해 2024년 10월 준공이 목표다.

연면적 9만9836㎡에 지상25층 규모로 조성되며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공동주택, 행정복지센터와 교통정보센터 등 공공기관, 공영주차장-기업입주공간-건강증진센터를 포함한 생활SOC 등이 대거 들어설 예정이다. 친환경 에너지 시스템을 적용하고 최상층 스카이라운지 조성과 LED 전광판 설치를 통해 고양시 랜드마크로 조성된다.

도시재생 혁신지구는 공공이 주도하고, 대규모 투자로 도시기반시설을 새롭게 조성하는 대형 도시재생사업이다. 특히 인허가 과정 등 절차를 간소화하고 건폐율-용적률도 최대한 완화하는 등 특례로 신속하고 강력한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고양 성사혁신지구는 2019년 12월, 서울 용산 등과 함께 국가시범지구 제1호 사업으로 지정된 이후 1년 만인 작년 12월 착공 전 마지막 단계인 시행계획인가를 받으며 사업에 가속도가 붙었다. 고양시는 성사혁신지구 조성이 완료되면 지역주민 생활이 더욱 편리해지고 인구 유입과 기업 유치로 주변 상권이 살아나는 등 구도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양 백마 화사랑. 사진제공=고양시
고양 백마 화사랑. 사진제공=고양시
고양시 아쿠아특수촬영스튜디오 외부. 사진제공=고양시
고양시 아쿠아특수촬영스튜디오 외부. 사진제공=고양시

◇ 백마화사랑-아쿠아스튜디오-김대중 대통령 사저 재탄생

고양시는 옛 공간이 가진 가치를 재발견해 공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1980년대 청년의 진한 추억이 담긴 일산동구 백마역의 청년주점 ‘백마 화사랑’이 대표적인 예다. 고양시는 작년에 건축물을 매입하고 턴테이블, 낡은 풍금, 방명록 등 수십년 전 소품과 흔적 그대로 리모델링했다. 올해 1980년대 콘텐츠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당시 감성을 시민과 공유할 계획이다.

일산동구 소재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도 평화-인권-민주주의를 체험할 수 있는 기념관으로 재탄생한다. 사저는 1996년부터 대통령 취임 직전인 1998년까지 고 김대중-이희호 대통령 부부가 거주하던 곳이다. 침실, 응접실, 책상 등 가구 등이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다. 오는 6월 개관할 예정이다.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반지하 집의 실감나는 홍수 장면은 덕양구 소재 아쿠아특수촬영스튜디오에서 촬영됐다. 방치된 폐정수장이 리모델링을 거쳐 특수촬영이 가능한 수조형 스튜디오로 탈바꿈했다. 2011년 운영을 시작해 작년까지 기생충, 명량, 해운대 등 156개 작품이 여기서 촬영했다.


1기 일산신도시가 생긴 지 30년, 고양시는 노후주택 안전관리에도 힘을 쏟고 있다. 공동주택 리모델링 조례를 제정해 법적 지원근거를 마련했고 10년간 총 100억원을 목표로 리모델링 기금 적립에 나섰다.
총 553개 공동주택 단지의 노후 승강기 중 2019년부터 최근까지 22개 단지를 교체했으며 매년 교체를 확대할 계획이다.

kkjoo0912@fnnews.com 강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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