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지원 없다" "생즉사 사즉생"
‘제2의 상하이차’ 방지 경고메시지
노사에는 적극적인 협상의지 주문
‘제2의 상하이차’ 방지 경고메시지
노사에는 적극적인 협상의지 주문
쌍용차에 대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잇단 강경 발언이 연일 업계에 회자되고 있다. 이동걸 산은회장이 지난 15일 온라인 간담회에 17일 쌍용차 노사와 면담을 통해 또 한번 최후 통첩성 경고 메시지를 날렸기 때문이다. 그 배경엔 '제 2의 상하이차'를 막으려는 이 회장의 의지가 그대로 녹아있다는 게 산은 안팎의 분석이다.
■"제대로 투자해야 산은도 돕는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이동걸 산은 회장이 연속해 쌍용차에 전달한 메시지는 단 하나다. 잠재적 투자자인 HAAH오토모티브가 정확한 투자 계획을 내놔야 산은도 투자계획을 내놓겠다는 얘기다. 그 전에는 돈을 넣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이 회장은 지난 15일 "△잠재적 투자자의 투자 결정 △자금조달 능력 확인 △타당성 있는 사업계획서, 이 3가지가 먼저 이루어지지 않으면 산업은행이 도울 수 없다"고 못박았다. 지난 17일엔 예병태 쌍용자동차 사장, 정일권 노조위원장을 산업은행 여의도 사옥으로 불러모았다.
이 회장은 "잠재적 투자자의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있기에 쌍용차가 '생즉사 사즉생'(살려고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살 것)의 각오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선제적으로 최선의 방안을 제시해 투자 유치를 이끌어내달라"고 요청했다.
업계에선 산업은행이 쌍용차 노사간 더 적극적인 협상 자세를 원하는 걸로 보고 있다. 노사간 한층 강화된 자구안을 통해 잠재 투자자인 HAAH오토모티브와 협상을 진전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달까지 쌍용차의 회생계획은 산은·마힌드라·쌍용·HAAH 등 4자 협의체 협상으로 진행돼 왔다. 대주주인 마힌드라는 지분을 줄이고, 쌍용차와 HAAH는 회생계획과 사업전략 등을 내놓으면 산업은행이 지원 계획을 밝힌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HHAH가 귀국하면서 4자협의체 협상은 막을 내렸다. HAAH는 산업은행에 신규자금 2500억원을 선결 조건을 내걸었다. 대주주인 마힌드라는 지분 감자에 대한 적극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건이 모두 완성되면 HAAH가 2억5000만달러 규모 유상증자를 하겠다는 주장이었다.
이 회장은 이에 대해 "인도중앙은행이 마힌드라의 감자를 승인한건 좋은 일이지만 제대로 된 투자계획과 사업계획서가 나오지 않으면 산업은행이 돕고 싶어도 못돕는다"며 선을 그었다.
■'먹튀' 방지 경고… "제2의 상하이차는 없다"
이동걸 회장의 강경발언은 여러 가지 포석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도 나온다. 단지 투자자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게 아니라는 분석이다. 해외 사업자의 '먹튀' 방지에 대한 의지가 녹아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상하이자동차 사례가 대표적이다.
쌍용차는 지난 2004년에도 경영난을 겪자 상하이자동차가 주인이 됐다. 당시 상하이자동차는 연구개발, 시설투자, 고용보장 등을 서면으로 약속했지만 이를 다 지키진 않았다. 5년사이 쌍용차 근로자 2000여명이 해고됐다. 이 때문에 산업은행이 향후 HAAH의 사업계획서를 더 엄격하게 심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자금조달계획 뿐 아니라 신차 등 지속 가능한 전략을 더 중요하게 볼 수도 있다는 얘기다. 현재 쌍용차는 준중형 SUV 전기차 등 차세대 사업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자금조달계획 등을 포함한 사업계획서 심사 과정에서 먹튀 등을 고려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관계자는 "쌍용차 노사도 뼈깎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평균 연봉이 지난 2019년 8000만원선에서 현재 6000만원선으로 낮아진 상태"라며 "쌍용차 노사 입장에서도 추가 대책을 강구해야 해 어깨가 무거울 것"이라고 말했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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