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문영광 기자,김동은 기자 = 연예계에서 '주식' 이야기가 나오면 몇년째 거론되는 이가 있다. 바로 개그맨 표영호다. 종자돈 1000만원으로 15억원을 만들고, 15억원을 전부 잃었다는 이야기에 연예계 대표 주식 실패사례로 거론되지만 사실은 달랐다.
개그맨에서 '소통전문가'로 변신한 표씨는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에서 만나 "(알려진 정보에 대해) 수정을 좀 할 필요가 있겠다"며 "1000만원을 15억원으로, 15억원을 150만원으로 만든 것도 맞지만 결국 내 주식 이야기는 25억원의 수익을 얻은 뒤에 끝났다"고 말했다.
표씨는 "10여년 전 밤을 새워 미국은 물론 유럽시장 동향까지 보며 2년 동안 주식 공부를 했고, 1000만원 종잣돈을 투자해 15억을 만들었다"며 "자신감이 붙은 상황에 지인의 권유로 '신도 잃는다'는 선물옵션에 투자해 보기 좋게 3~4개월 만에 15억원이 150만원이 됐다"고 했다.
이어 "충격에 2~3년 동안 주식을 쉬었다가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정신으로 다시 주식을 시작해 25억원의 수익를 내고 주식시장을 떠났다"고 말했다.
주식에 투자할 때 본인을 '몰빵 소년'이라 표현한 표씨는 "보통 주식시장에서 계란을 한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을 하는데 나는 한바구니에 모두 담았다"며 "미국의 전설적 투자자 '제시 리버모어'의 투자전략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표씨는 투자 초반 척후병을 내보내 등락을 보다가 상승 기미가 보이면 그 종목으로 이른바 '몰빵'을 하는 투자전략을 썼다"고 말했다.
표씨는 "운일 수도 있지만 당시 상한가 기준이 15%였는데, 상한가만 연달아 8번까지 맞은 적이 있다"고 회상했다. 다만 그는 "상장폐지도 4번 정도 경험해봤다"며 "주식으로 산전수전은 다 겪었다"고 웃어보였다.
그는 "투자할 기업에 대한 정보를 알기 위해 당시 모자를 푹 눌러 쓰고 그 기업의 식당에서 '잠복근무'를 하기도 했다"며 "직원들이 대체 뭐라고 그 기업을 평가하는지 등을 듣고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에 그 기업에 '몰빵'했고 8배 가까운 수익률을 얻기도 했다"고 말했다.
주식 하나로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는 표씨는 "주식에는 고수가 없다"고 했다. 주식투자에 있어 주린이들에게는 '대선배'격인 표씨는 최근의 주식시장에 대해 "코스피 3000시대에는 누구나 보수적으로 시장을 봐야 하는데, 마치 내가 주식을 안하면 손해를 보는 느낌에 큰그림은 보지 않고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경우가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유동성의 힘 하나만으로 코스피 지수가 3000포인트를 넘어섰을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은 잠시 멈춤, 일단 멈춤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지 꽤 됐는데, 전문가들이 뭔가를 이야기할 때는 고집 피울 필요가 없다. 그들의 말을 들어야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소통 전문가로 전국을 누비며 활발한 강연을 펼치고 있는 표씨는 "한 가지 분야에서 나름 성공도, 실패도 해보며 오르막과 내리막을 탄 입장에서 나와 같은 일을 겪은 사람들, 혹은 비슷한 경험을 앞둔 이들과 소통을 하는 과정에서 '소통 전문가'라는 명칭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표씨를 어디서, 어떻게 볼 수 있을까. 표씨는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예능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치지 않은 지 10여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며 "방송에 복귀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지금은 그보다 새로운 장르, 마케터에 도전하고 싶어 관련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브랜드를 잘 만들어 시장에 내놨을 때의 반응을 읽을 수 있는 마케터가 되고 싶다"는 표씨의 새 브랜드가 기대된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