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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어보’ 이준익 연출 정점 '흑백의 미학, 극장서 꼭 봐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19 15:26

수정 2021.03.19 17:12

영화 '자산어보' / 리틀빅픽처스 제공
영화 '자산어보' / 리틀빅픽처스 제공

영화 '자산어보' 포스터 / 사진=뉴시스
영화 '자산어보' 포스터 /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영화 ‘미나리’에 이어 극장가에 관객을 불러 모을 기대작이 탄생했다. 바로 ‘왕의 남자’로 1000만 관객을 불러 모은 이준익 감독의 신작 ‘자산어보’다.

‘황산벌’ ‘왕의 남자’와 같은 사극뿐 아니라 ‘사도’ ‘동주’ ‘박열’ 등 역사 속 인물을 새롭게 재조명해 시대극의 대가로 자리 잡은 이준익 감독은 ‘자산어보’에서 자신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필모그래피의 정점을 찍는다.

특히 흑백으로 완성된 이 영화는 한 폭의 동양화처럼 아름답고 또 생명력이 넘친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여행을 간 기분이랄까. 흑산도 앞바다 민초들의 삶이 마치 현실처럼 생생히 펼쳐진다.


이감독은 앞서 영화 ‘동주’에서 윤동주보다 그의 사촌인 송몽규의 삶을 중점적으로 다룸으로써 송몽규를 발견하고, 윤동주를 새롭게 조명했다. ‘자산어보’에서는 조선후기 실학자로 유명한 ‘목민심서’ 정약용보다 그의 형인 정약전과 정약전이 집필한 '자산어보' 서문에 언급된 실존 인물 장덕순을 주인공으로 한다.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을 더해 극화했다.

정약전(설경구 분)은 천주교도 박해사건인 신유박해로 형제, 가족과 생이별한 뒤 흑산도로 유배되나, 그곳 섬마을 청년 창대(변요한 분)를 통해 바닷가 생물에 눈을 뜨면서 민중의 삶을 위한 실용서적이자 어류학서인 '자산어보'를 집필하기로 마음 먹는다.

첩의 자식이나 혼자 글을 깨운 명석한 창대는 뛰어난 어부이나, 어부로 살기보다 출세해 '목민심서' 속 목민관처럼 좋은 수령이 되길 꿈꾼다. 성리학을 맹신하고, 서학을 배척하던 창대는 정약전과 결국 벗이 되고, 스승으로 모시나, 지향점이 달라 갈등을 빚기도 한다.

정약전의 사고와 가치가 유연하고 실용적이며, 융합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오늘날 더 유용하게 다가온다. "벗을 깊이 알면 내가 더 깊어진다"라는 영화의 주제를 관통하는 대사부터 "외울줄 밖에 모르는 공부가 나라를 망쳤다"라든지 "씨만 중허고 밭 귀한 줄은 모르는 거 말이여랴"라는 현실 비판적 대사도 유의미하게 다가온다.


특히 영화 도입부, 22대왕 정조(정진영 분)는 정약전, 정약종, 정약용 형제들에게 닥칠 위기를 예측하고 정약전을 불러 “버티라”고 조언하는데, 코로나19 팬데믹 여파에 휘청이는, 지금 이 시대에 딱 필요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영화는 신분도 지향점도 달랐던 흑산도 청년 어부 창대와 정약전이 차츰 서로에게 벗이 되는 과정을 흥미롭게 펼쳐보인다.
정약용이 실제 지은 한시 등을 곳곳에 배치해 영화적 재미와 깊이도 더했다. 12세 관람가. 3월 31일 개봉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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