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임모씨(65)는 경기 부천의 노래주점을 찾았다가 주인 A씨(61·여)를 알게 됐다. 임씨는 재력가처럼 행세하면서 A씨와 함께 부동산을 보러 가기도 했다.
임씨는 지난해 2월 26일 A씨를 차에 태우고 인천으로 이동해 A씨가 미리 보아 둔 땅을 둘러본 다음 식당에서 함께 점심을 먹었다.
사건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발생했다. 임씨는 경기 김포 대곶면을 지나던 중 갑자기 차를 도로 옆 공터에 댔고 조수석에 앉은 A씨를 강제 추행했다. A씨는 격렬히 저항했다.
그 순간 A씨가 신고하면 가중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걱정이 임씨의 머리를 스쳤다. 그는 2014년 강간치상죄 등으로 징역 3년6월을 선고받고 2017년 9월 출소한 전력이 있었다.
결국 임씨는 A씨를 목 졸라 살해하고 인근 농로에 사체를 유기했다. A씨의 가방에서 현금과 신용카드를 훔쳐 유흥업소 등에서 마구 썼다.
임씨는 강제추행살인, 사체유기, 절도, 사기, 여신전문금융업법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 과정에서 임씨는 A씨 추행 사실을 부인했다. A씨에게 빌려준 돈 일부를 갚으라고 했더니 A씨가 거부하면서 모욕적인 말을 해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1심은 임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건 당일 A씨가 임씨의 추행에 거세게 반항하자 목 졸라 제압했다고 보았다. A씨의 상반신에서 임씨의 타액이 검출된 사실도 감식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건과 2014년 성범죄 사건의 유사성도 드러났다. 1심은 "여성의 몸 위에 올라타 목을 조르는 행위는 임씨가 반항하는 피해자를 제압하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었다"고 설명했다.
임씨는 사건의 범행 동기를 금전 문제로 인한 다툼으로 위장하려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두 사람의 카카오톡 대화를 보면 A씨가 "좋은 부동산 매물이 있다"며 추천하는 내용만 있을 뿐 임씨가 A씨에게 돈을 투자했거나 두 사람 사이에 금전거래가 있음을 전제로 한 대화는 전혀 없었다. 임씨가 A씨에게 송금한 내역도 없었다.
임씨는 범행 전 A씨에게 투자한 사실을 누구에게도 알린 적이 없는데 사건 다음날 갑자기 지인에게 "돈 받으러 갔다가 욱해서 사고쳤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동거인에게는 "돈 문제로 아는 여자를 죽였다"는 문자를 발송했다.
1심은 "금전 문제로 다투다가 우발적으로 살해한 것처럼 범행 동기를 위장했다"며 "피해자에게 조금이라도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취할 수 없는 태도로 일관하며 전혀 반성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임씨에겐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10년간 신상정보 공개·고지,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및 장애인복지시설 취업 제한,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도 명령받았다.
임씨와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모두 항소했지만 2심은 항소를 기각했다. 임씨는 2심 판결에도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지난달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