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여행이 멈춘 시대, 관광산업 정상화의 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21 18:00

수정 2021.03.21 18:02

[특별기고] 여행이 멈춘 시대, 관광산업 정상화의 길
여행이 멈춘 시대에 여행이 2020년 히트상품으로 선정됐다. 코로나19로 여행 빙하기나 다름없던 지난해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선정한 10대 상품에 '국내 여행'이 이름을 올렸다. 하늘길이 막히자 억눌린 여행 욕구가 국내로 몰린 탓이다.

연말 연초에 서점가를 장식하는 트렌드 관련 책이 최근에는 연중 성업 중이다. 그만큼 코로나로 인한 미래 불확실성이 일상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관광산업에서는 세 가지 큰 변화를 실감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안전과 위생이 압도적이다. 이동은 혼자나 소규모로, 여행지에서는 비대면으로 움직이면서 차박이나 캠핑, 산속과 야외를 찾는 발길이 이어졌다.


다음으로는 여행의 개념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일상과 여행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단기간에 근거리로, 소확행과 가성비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일상의 루틴에서 멀지 않다. 쇼핑과 맛집 탐방, 동네 골목이나 뒷산 자락길을 걷는 것처럼 가볍고 편하게 여행을 소비한다.

끝으로 디지털 기술이 가져온 변화의 가속화다. 1841년 출범한 최초의 여행사인 '토머스쿡'마저 오프라인에 의존하던 영업방식 탓에 2019년 파산했다. 그나마 중국 자본을 등에 업고 1년 만에 온라인 전문여행사로 영업을 재개했다. 코로나에도 현지의 실시간 가이드와 방구석 여행자를 연결하는 랜선투어 같은 새로운 관광상품은 관심을 끌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여행 재개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K팝과 영화 '기생충' '미나리'에서 드러난 한국 문화 이미지, 전염병 대응 과정에서 다진 안전한 나라라는 신뢰감은 우리의 자산이다. 이를 잘 활용한다면 코로나 이후 회복 단계의 국제 관광시장을 선점할 기회가 될 수 있다.

관광산업 정상화를 위해서는 먼저 정부와 국회를 비롯한 공공부문의 선도적 역할이 필수적이다. 생존 위기에 처한 업계와 반복되는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이 시의적절하게 이뤄져야 한다. 관광산업에 대해 집합금지업종 수준의 재난지원금 지급과 손실보상 관련 재난업종 지정, 디지털 전환 촉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지원도 매우 절실하다.

관광업계의 최우선 과제는 안심여행을 실행하기 위한 수용태세 확립이다. 방역과 여행이 함께할 수 있도록 지역 현장의 관광 여건과 기반을 정비해야 한다. 산업 전반의 자생력과 대응능력 강화로 이어지는 자체 노력도 요청된다.

관광산업을 이끌 인력 문제 역시 시급하다. 현재 전국 500여개 관광 관련학과 전공자는 미래가 불투명하다. 단기적으로 공공과 산업 일선에서 일할 기회가 확대돼야 하고, 디지털 융복합 환경에 맞도록 다양한 직무역량을 개발해야 한다.

인간의 본능인 이동과 여행은 어느 순간 회복될 것이다.
그날이 와야 우리의 심신 또한 건강하고 균형 있게 바로 설 수 있다. 코로나 이후에 대한 대응은 우리의 삶의 질을 좌우할 것이다.
여행이 일상화되는 날까지 국민 모두 거리두기와 방역지침을 생활화하면서,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관광산업의 정상화를 앞당기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김성일 한국관광협회중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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