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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IT템] "미세플라스틱은 항생제 내성 병원균 서식지"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22 06:55

수정 2021.03.22 06:55

뉴저지 공과대 연구진, 하수처리장 미세플라스틱 분석
얼굴 각질 제거제를 한 번 사용하면 5000~10만개의 미세플라스틱이 환경에 방출 될 수 있다. 뉴저지 공과대 제공
얼굴 각질 제거제를 한 번 사용하면 5000~10만개의 미세플라스틱이 환경에 방출 될 수 있다. 뉴저지 공과대 제공
[파이낸셜뉴스] 해외 연구진이 얼굴 각질 제거제 등에 쓰이는 미세플라스틱이 항생제 내성 병원균을 키우는 '허브'가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대략 40만명의 주민들이 사용한 물을 정화하는 하수 처리장은 매일 최대 200만개의 미세 플라스틱 입자를 환경으로 배출할 것으로 추정된다. 5㎜ 미만의 초미세 플라스틱은 화장품, 치약, 의류 마이크로파이버, 음식, 공기, 식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에 사용된다. 연구진은 이 초미세 플라스틱 입자들이 환경과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여전히 연구하고 있다.

미국 뉴저지 공과대 연구진은 미세플라스틱이 일반 가정 배수구에서 흘러나와 하수처리장에 들어가면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박테리아와 병원균이 자라는 허브가 될 수 있음을 밝혀냈다. 미세플라스틱 표면에 항생제 폐기물이 들어붙고 병원성 미생물이 혼합돼 끈적한 막이 층층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하수처리장의 슬러지 장치 내부에서 미세 플라스틱에 달라붙어 사는 세균이 항생제 내성을 최대 30배까지 높아진 것을 발견했다.

멘지안 리 교수는 "최근 수많은 미세플라스틱 연구들은 담수와 해양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주택과 도시의 하수처리과정에서의 문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리 교수는 이어서 "하수처리장은 다양한 화학물질과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 병원균이 모이는 핫스팟이 될 수 있으며, 이번 연구는 미세플라스틱이 이들의 운반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져 물 처리 과정을 우회할 경우 수생 생물과 인간의 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사후연구원 둥 응옥 팜은 "대부분의 하수처리장은 미세플라스틱을 걸러내지 못해 지속적으로 수중에 배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둥 응옥 팜은 "우리 목표는 미세플라스틱이 하수처리장의 활성 슬러지에서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를 농축하고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관련 미생물 집단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뉴저지 북부에 있는 하수처리장 3곳에서 슬러지 샘플을 채취해 일반적으로 널리 퍼진 2종류의 상업용 미세플라스틱을 찾아냈다. 연구진은 양적 PCR과 차세대 염기서열결정 기법을 함께 활용해 미세플라스틱에서 자라는 박테리아의 종을 파악해 도중에 박테리아의 유전적 변화를 추적했다.

폴리에틸렌 미세플라스틱에 생물막을 부착돼 있다. 흰색 화살표는 생물막을 가리키고 있다. 뉴저지 공과대 제공
폴리에틸렌 미세플라스틱에 생물막을 부착돼 있다. 흰색 화살표는 생물막을 가리키고 있다. 뉴저지 공과대 제공
분석결과 미세플라스틱에서 모래 표면에 생긴 막보다 일반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돕는 3개 유전자가 사흘만에 최대 30배 이상 늘어났다.

또 연구진은 이 샘플에 항생제인 설파메톡사졸(SMX)을 첨가한 결과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최대 4.5배 증폭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둥 응옥 팜은 "이전에는 이런 미세플라스틱 관련 세균에서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강화하려면 항생제의 존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미세플라스틱은 자연적으로 이러한 저항 유전자를 스스로 흡수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8종의 박테리아가 미세플라스틱에서 고농축으로 발견됐다. 이 중에서 연구진은 일반적으로 호흡기 감염과 연관된 두 개의 새로운 인간 병원균인 라울텔라 또는 아미티노폴리시아와 스테노트로포모나스 말토필리아를 관찰했다. 이는 미세플라스틱 바이오 필름에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다.

연구진은 지금까지 미세플라스틱에서 발견된 가장 흔한 변종인 노보스포핑고비움 폭칼리균이 병원균을 끌어당기는 끈적끈적한 바이오필름을 형성하는데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플라스틱의 열화와 바이오필름을 확장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 교수는 "미세플라스틱을 작은 구슬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미생물들이 서식할 수 있는 엄청난 표면적을 제공한다"며 "이 미세플라스틱이 폐수 처리공장에 들어가 슬러지와 섞이면 노보스피고비움 같은 박테리아가 우연히 표면에 달라붙어 접착제 같은 세포외 물질을 분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리 교수는 또한 "다른 박테리아들이 표면에 달라붙어 자라면서, 그들은 서로 DNA를 교환할 수도 있으며 이렇게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지역사회에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위험 물질 저널(Journal of Hazardous Material Letters)'에 지난 19일 게재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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