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창립 83주년을 맞은 삼성이 올해도 별도 행사 없이 조용한 기념일을 보냈다. 삼성은 2017년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그룹 차원의 창립 기념 행사를 생략해 왔다. 특히 올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 수감 중에 충수염(맹장염) 응급수술까지 받는 상황이 겹치면서 예년보다 침울한 분위기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창립 83주년을 맞는 이날 별다른 행사 없이 평소와 같은 하루를 보냈다.
창립주인 호암 이병철 선대 회장은 현 삼성물산의 전신인 1938년 3월 1일 삼성상회를 설립했다. 창립 50주년이던 1988년 3월 22일 이건희 회장이 '제2의 창립'을 선언하면서 삼성은 매년 3월 22일 창립을 기념해왔다.
그러나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지고,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 등에 연루돼 관련 재판을 받게 된 뒤부터는 삼성은 수년간 창립기념일 행사를 최소화해 왔다.
그룹 컨트롤타워였던 미전실이 있을 때만 해도 3월 22일은 그룹 차원의 기념일로 여겨졌으나 지난 2017년 2월 미전실이 해체된 이후에는 각 계열사의 독자경영 체제가 강조되면서 삼성물산의 창립일로 의미가 축소됐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등 전자 계열사들은 개별 창립기념일인 11월 1일 최고경영자(CEO) 메시지 등으로 작은 행사를 치러왔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국정 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구속 수감 중이던 지난 19일 갑작스럽게 충수염으로 수술을 받았다. 서울구치소에서 삼성서울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충수염 응급수술을 받고 현재는 회복 중이다. 통상 충수염 수술 후 일상 회복까지 1주일 정도가 걸리지만 충수가 터졌을 경우엔 감염 정도에 따라 한달 이상 안정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의료진은 충수염 소견으로 외부 진료를 받을 것을 수차례 권했지만 이 부회장은 "특별 대우를 받지 않겠다"며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복통을 참다가 결국 충수가 터졌고 이물질이 복막으로 확산한 상태로 회복 기간이 더 필요하다는 전언이다.
이 부회장의 응급수술로 인해 이달 25일 예정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첫 정식 공판은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부회장이 출석하지 못하게 되면 함께 기소된 다른 삼성 관계자들만 출석해 재판을 열거나 공판 기일을 연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27일이 창립 74주년인 LG그룹도 예년처럼 별도 행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은 2013년부터 기념 행사 대신 4월 둘째주 금요일을 전 계열사 공동 휴무일로 지정해왔다. 올해도 4월 9일에 LG그룹 임직원들은 단체 휴무키로 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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