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전문성조차 고려하지 않은 낙하산 인사의 폐해는 이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해 7월 신도시 투기 의혹이 접수됐는데도 LH가 이를 묵살했다니, 대선 캠프 미디어특보 출신 상임감사는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한 언론이 36개 공기업의 현황을 조사한 결과 상임감사 60%(21곳)를 '캠코더' 인사들이 차지하고 있다니 더 큰 문제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 된 LH 사태의 유사 버전이 불거질 소지를 배제할 수 없어서다.
법원은 지난달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 청와대 낙점 인사를 앉히려고 불법을 저질렀다고 판시하며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을 법정구속했다. 여기에서 교훈을 얻어야 정상이다. 그런데도 임기 말 정부가 거꾸로 다음 정부에선 이제 공공기관 물갈이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알박기 인사'에 열을 올리고 있으니 혀를 찰 일이다.
더욱이 소득주도성장론(소주성) 등 이미 실패한 정책을 수행했던 인사들이 낙하산을 타고 복귀할 태세다. 황덕순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이 노동연구원장을 맡은 데 이어 소주성 설계자의 일원인 홍장표 부경대 교수가 KDI 원장으로 거명되는 항간의 하마평이 맞다면 그렇다. 능력과 성과를 도외시한 채 오로지 보은에만 초점이 맞춰진 낙하산 투하라면 그 휴유증은 자못 심각할 것이다. 공공기관 개혁이 뒷전으로 밀리는 건 새삼 언급할 필요도 없다. 이들이 잘못된 정책 경로를 그대로 답습하게 되면 현 정부 '부실 국정'의 목록을 보태 나라의 미래도 어두워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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