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9년 '청을 일으켜 서양 오랑캐를 멸하자(扶淸滅洋)'는 의화단 운동이 일어나자 실권자인 서태후는 이를 이용해 서구세력을 내쫓겠다며 선전포고를 했다. 공사관을 공격하고, 선교사를 척살했다. 그러나 청군은 '종이호랑이'였다. 베이징을 점령한 열강은 외국군의 베이징 주둔을 허용하는 내용의 불평등 조약을 강요했다. 무릎을 꿇은 청나라는 반식민지로 전락했다.
미국 앵커리지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의 외교관례를 깬 설전의 파급력이 만만찮다. 블링컨의 인권탄압 지적에 대해 양제츠는 "백인 경찰이 비무장 흑인을 살해한 미국이 중국에 인권을 강의할 자격이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은 "외교사에 길이 남을 역사적 회담"이라며 자화자찬 중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앵커리지 회담과 120년 전 베이징 의정서 체결 사진을 게재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조 바이든 정부가 중국의 '전랑(戰狼·늑대 전사) 외교'를 처음으로 제대로 맛본 것 같다"며 앞으로 미·중 갈등을 풀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 마치 냉전 초기 미국과 소련(현 러시아)의 회담 같았다"고 보도했다.
마치 자국민에게 보이려고 의도적으로 연출한 장면 같았다. 뉴욕타임스는 "두 경제·기술 대국이 향후 세계 지형을 결정하게 될 현안에 대해 점점 벌어지는 불신과 의견 불일치에 직면해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맞대결을 펼친 '빅2'의 팽팽한 기싸움 사이에 낀 한국 외교의 고민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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