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수에즈 운하 정상화되려면 며칠 걸려"… 유조선 발 묶였다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24 17:52

수정 2021.03.24 18:28

파나마 국적 선박 강풍에 좌초
운하 양방향 통제하고 예인작업
국제 무역 10% 담당하는 요지
사고 수습때까지 피해 불가피
세계 최대 규모의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지나던 대형 콘테이너선이 좌초하면서 수로를 막아 일대에 정체 현상이 발생했다.

길이 400m, 폭 59m인 파나마 국적의 콘테이너선 '에버기븐'은 중국을 출발해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이동 중 좌초됐으며 수일간 갇힐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중해와 홍해를 잇는 수에즈 운하는 현재 양방향 통제됐고, 다른 상업선의 통행도 지연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BBC방송 등에 따르면 중국을 출발해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향하던 에버그린의 사고 선박 '에버 기븐'은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전 기술적 결함으로 멈춰섰다. 갑작스러운 강풍을 맞아 선체가 수로에서 이탈해 바닥과 부딪혀 좌초한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에버 기븐은 2만2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메가 컨테이너선으로, 길이는 400m, 넓이는 60m에 달한다. 일본 조선업계 1위인 이마바리 조선소에서 건조해 2018년 9월 인도했다.

대형 선박이 좌초하면서 현재 수에즈 운하는 양방향 통제를 겪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오만, 미국 석유를 가득 실은 유조선이 뱃길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다.

카이로24는 운하 당국자를 인용해 주변 예인선과 준설 장비가 이동 중이지만 선박을 옮기는 데에는 며칠이 소요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선박 감시사이트(Vesselfinder.com)에는 작은 예인선들이 예인작업을 하는 모습이 전해졌다.

수에즈 운하는 하루 수십 척이 지나가는 만큼 수습 기간이 길어지면 피해가 커질 수 있다. 150년 전 건설된 수에즈 운하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중요한 항로로, 국제 무역의 10%가 이곳을 통해 이뤄진다.

길이 190km, 깊이 24m, 너비 205m에 달한다. 코로나19로 글로벌 해운업이 멈춰선 작년 한 해 동안 만에도 1만9000대의 선박이 통과했다.

이번 사고로 최근 글로벌 해운사들의 선박 대형화 추세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질 전망이다. 플라비오 마카우 에디트 코완대 교수는 "최근 몇 년간 컨테이너선의 규모가 파나마 운하에 비해 너무 커졌다는 문제가 제기돼왔다"고 말했다. 현재 스위스 MSC와 덴마크 머스크 등 글로벌 해운사들이 경쟁적으로 발주한 컨테이너선은 에버기븐보다 큰 2만3000TEU급이다. 에버기븐은 당시 불던 강한 바람으로 인해 좌초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운용사인 대만 에버그린 머린이 밝혔다.

바로 뒤에 있던 화물선인 머스크덴버가 촬영한 사진에는 예인선들이 동원돼 선박을 밀고 있며 바닥의 모래를 밀어내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해양역사 전문가인 샐 메르콜리아노는 수에즈 운하에서 좌초된 화물선 중 가장 큰 것으로 보기 드문 일이며 글로벌 무역에 미치는 여파도 크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 밀물에도 이동을 못할 경우 선박에서 화물을 하역해야 하는 상황도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에즈 운하에서는 지난 2017년 일본 콘테이너선이 고장으로 멈췄으나 예인선들에 의해 수시간만에 다시 움직일 수 있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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