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빚 감당 못하는 자영업 19만 가구 넘었다… "신용위험 빨간불" [가계빚 속도 금융위기 후 최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25 18:29

수정 2021.03.25 18:29

정부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 한시적
자영업자 채무상환능력 지표 악화
금리상승 더해지면 이자부담 가중
‘영끌’ 부동산금융엔 2200조 몰려
빚 감당 못하는 자영업 19만 가구 넘었다… "신용위험 빨간불" [가계빚 속도 금융위기 후 최고]
민간부채 규모가 폭증하면서 신용위험에 경고등이 켜졌다. 건전성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위험 지표 간 괴리 때문이다. 금융기관의 연체율은 안정됐지만 기업과 자영업자의 채무상환능력 지표는 악화됐다.

특히 비은행과 비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부동산금융은 2200조원을 넘어 역대 최대를 나타냈다. 부채와 자산쏠림 간 금융불균형이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정부 금융지원 효과 한시적…신용위험 예의주시

한국은행은 25일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금융안정회의)에서 가계·기업 부채의 건전성 지표인 연체율이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정부의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 등 각종 금융지원 정책은 한시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어서다.

민좌홍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금통위 직후 진행된 금융안정 상황 온라인 설명회에서 "현재 나타나고 있는 연체율 등 지표는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가계나 기업 등 차주들의 지속적인 채무상환능력을 충분히 드러내고 있지 않다는 판단"이라며 "기업과 자영업자의 채무상환능력을 점검했지만 채무상환능력 관련 대부분 지표가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금융기관 업무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은행·비은행 부문 연체율은 각각 0.20%, 1.45%로 전년 대비(0.26%, 1.70%) 낮아졌다. 반면 자영업자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지난해 3월 말 37.1%에서 12월 말 38.3%로 1.2%포인트 상승했다. 정부의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가 없었을 경우 42.8%까지 높아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자영업 고위험가구 수 역시 10만9000가구에서 19만2000가구로 확대됐는데, 정부의 정책 효과가 없다고 하면 20만7000가구로 20만가구를 넘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금리상승이 더해질 경우 이자 부담은 가중된다는 지적이다. 금리가 0.08%포인트 오르면 가계이자 부담은 4164조원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2020년 4·4분기 175.5%로 확대됐다. 이 기간 처분가능소득은 0.2% 줄어든 반면 가계부채 증가율은 7.9%나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부동산금융에 2200조원…비은행·비주담대 증가 확대

이같이 지난해 실물경제가 부진한 가운데서도 '영끌' 등 부동산금융 익스포저 증가세는 확대됐다. 부채는 높지만 자산쏠림은 지속되는 금융불균형이 이어져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금융 익스포저 비율은 118.4%로 치솟았다.

지난해 말 부동산금융 익스포저는 2279조3000억원으로 2019년 말(2067조원)보다 10.3% 증가했다. 2019년 7.7%, 2018년 7.0%에서 점차 확대폭이 늘었다. 부동산 익스포저는 금융기관과 보증기관의 부동산 관련 가계여신인 부동산 담보대출, 전세관련 보증을 비롯해 기업여신 중 부동산업 등 기업 대출금, PF대출 등과 부동산 관련 금융투자상품인 리츠, 부동산펀드 등의 합계다.

가계여신의 경우 전세 관련 보증과 정책 모기지론을 중심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고, 기업여신은 부동산업 대출과 사업자보증을 중심으로 확대됐다. 금융투자 상품에서도 주택저당증권(MBS)과 리츠가 높은 증가세를 견인했다.

금융기관 중에서는 비은행(44조1000억원)이 은행(35조원)보다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별 위험노출 정도를 고려한 위험가중 익스포저를 보면 은행에 비해 고LTV(LTV 60% 이상) 주담대, 상업용부동산 담보대출 및 개인사업자대출 비중이 높은 비은행의 증가세가 더욱 뚜렷했다는 평가다.

또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정 토지거래 사태와 관련, 관심이 커진 비주택담보대출은 전년 2.2% 감소한 데서 0.4%로 증가 전환했다.
경기회복 기대, 양호한 수익률 등으로 상업용부동산 시장 투자 수요가 증대된 데 따른 것으로 여기에는 토지거래도 포함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2020년 중 중대형 상가 및 오피스 투자수익률은 각각 5.1%, 6.0%로 이 기간 1년 정기예금 금리(1.2%)를 4~5%포인트 상회했다.
주택매매가격 상승률도 수도권 기준 2020년 11월 전월 대비 0.49%에서 올해 2월 1.17%로 상승했다.

jiany@fnnews.com 연지안 윤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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