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가 마침내 상장 초읽기에 들어갔다. 위워크는 26일(이하 현지시간) 특수목적합병법인(SPAC)과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하기로 합의했다.
전통적인 공모주발행(IPO)을 통한 기업공개가 좌절된지 약 2년만에 우회상장으로 방향을 틀어 상장을 눈 앞에 두게 됐다.
그러나 기업가치는 2년새 5분의1 넘게 쪼그라들었다. 2019년초 소프트뱅크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면서 470억달러로 평가받았던 기업가치가 이번 SPAC와 합병에서는 90억달러 수준으로 급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위워크는 이날 SPAC 보X(BowX) 애퀴지션과 부채를 포함해 90억달러 가치로 합병하기로 합의했다.
합의 일환으로 위워크는 13억달러 자본을 추가 확보하기로 했다.
위워크는 사무실 공유시장의 절대 강자다.
건물주와 장기 임대 계약을 통해 사무실 공간을 확보해 소규모 사무실들을 임대하거나 짧게는 한 달 동안 건물을 통채로 임대하기도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사무실 공유 사업이 심각한 타격을 받았지만 전망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 확대로 경제활동 재개가 본격화하고, 경제 성장이 지속되면 위워크의 사무실 공유 사업도 다시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위워크는 2019년 상장계획을 철회한 뒤 자구에 나서 경영진을 교체하는 등 성장을 꾀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아 고전해 왔다.
한 공간에 사람들이 밀집해 닥지닥지 붙어 앉아 일하도록 하는 위워크의 사무실 공유 모델이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위워크 사무실 임대율은 2019년 72%에서 지난해 말 46%로 거의 반토막 났다.
스캔들 속에 물러난 공동창업자 애덤 뉴먼을 대신해 위워크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샌디프 매트라니는 일부 사무실을 폐쇄하고, 건물주와 임대계약을 재협상했고, 비용 절감을 위해 수천명을 감원하는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나섰다.
그러나 고통은 여전하다.
이날 공개된 실적에 따르면 위워크는 지난해 34억달러 매출에 38억3000만달러 순손실을 기록했다. 2019년 비슷한 매출에 순손실이 37억8000만달러였던 것보다 사정이 나빠졌다.
위워크는 사무실 근무 재개만을 손 꼽아 기다리고 있다. 재택근무가 정리되고 기업들이 다시 사무실 근무에 나서야 흑자전환의 꿈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위워크는 투자자들에게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9월말에는 임대율이 61%, 연말에는 70%로 올라갈 것이라면서 올 4·4분기에는 이자·감가상각 등을 제외한 이른바 EBITDA 기준으로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2019년 IPO 추진 당시와 비교하면 이날 공개된 낙관전망의 톤은 조금 어두워졌다.
2019년에는 기업들이 위워크로 전환할 경우 사무실 임대료 절감 규모가 66%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번에는 절감폭을 25% 수준으로 대폭 낮춰 잡았다. 그만큼 수요를 유발할 유인이 적어졌음을 뜻한다.
대기업 의존도 역시 높여잡았다. 2년전 약 50% 수준으로 책정했던 대기업 의존도를 이번에는 65%로 상향조정했다. 매출 저변이 좁혀지면 그만큼 위험해진다.
한편 보X 주가는 이날 위워크와 합병 소식이 알려진 뒤 급등해 20% 넘는 폭등세로 마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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