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땅 투기 전수조사, 동의서 거부하는 공무원들 어쩌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28 10:00

수정 2021.03.28 09:59

일부 공무원 가족 동의서 제출 거부 '처벌규정 없어'
본인 동의서만 제출, 꼼수일까 투기 의혹 일까?
이혼·별거·가족간 불화 이유 다양
경기도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맞닿은 개발예정지 인근 토지를 가족회사 명의로 매입한 사실이 드러난 퇴직 공무원 A씨를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A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회사가 매입한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독성리 일대 대지와 건물의 모습. 사진=뉴스1
경기도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맞닿은 개발예정지 인근 토지를 가족회사 명의로 매입한 사실이 드러난 퇴직 공무원 A씨를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A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회사가 매입한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독성리 일대 대지와 건물의 모습.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수원=장충식 기자】 지방자치단체들이 공무원들의 땅 투기 의혹에 대한 전수조사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공무원들이 개인정보 활용 동의서 제출을 거부하면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자료제출을 거부하는 공무원들은 극히 일부에 그치고 있지만, 땅 투기 등 부정부패 행위 자체가 소수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지자체로서는 그냥 넘길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들은 제출을 거부할 경우 징계를 받을 수 있는 본인 동의서는 제출하면서도, 차명 투기를 조사할 수 있는 가족 동의서 제출은 거부하는 방식으로 전수조사를 방해하고 있지만 명확한 적용 법률이 없어 처벌마저 어려운 실정이다.

본인 동의서 99.9%, 가족 동의서는 90% 수준
28일 경기도에 따르면 'LH 투기의혹 해소를 위한 경기도 반부패 조사단'이 지난 23일까지 동의서제출을 집계한 결과, 경기도청 현직 공무원 6053명 중 5752명(95%)이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했으며 경기주택도시공사(GH)에서는 4391명 중 4045명(92%)이 동의서를 제출했다.

이 가운데 본인에 대한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는 공무원은 1명에 그쳤지만, 가족 전원에 대한 동의서 제출거부자는 경기도청 8명, GH 11명이나 됐다.


이같은 상황은 다른 지자체도 비슷한 상황으로, 대규모 개발이 진행된 지자체를 중심으로 전수조사를 위한 동의서를 받고 있지만 100% 완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용인시는 346명으로 직원 본인과 배우자의 직계존비속, 형제·자매까지 2800여명에 대한 조사를 위한 개인정보활용 동의서 징구 등 관련 절차를 진행중이다.

한 관계자는 "형제자매가 몇명이나 되는지부터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해당공무원이 제출하는 동의서를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다양한 사유로 인해 가족 동의서 제출을 거부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족동의서 제출 안해도 처벌 못해
문제는 공무원 본인의 경우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규정에 따라 중징계가 가능하지만, 가족들에 대한 동의서는 제출하지 않아도 처벌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경기도는 본인 동의서와 가족 동의서 제출을 모두 거부한 도청 직원 1명에 대해 중징계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해당 공무원은 본인의 개인정보 동의서 제출을 거부했을 뿐 아니라 조사 과정에서도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과 답변을 거부했고, 경기도 조사단은 '지방공무원법'제48조(성실의 의무),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 제20조(자료제출요구) 위반 등을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본인 이외 가족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은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적용할 규정이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정부합동조사단은 "직계존·비속 개인정보를 활용 동의서를 제출 하지 않을 경우 처벌을 하진 않지만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지만, 효과는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쉽게 말해 승진만 포기하면 각종 투기 의혹에 대한 처벌을 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혼·별거·가족간 불화 이유 다양 '진짜 투기 밝혀질까?'
이런 가운데 가족들에 대한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는 공무원들의 이유도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배우자와 이혼이나 별거 중이거나, 재산 다툼 등 가족간 불화로 수십년간 형제자매를 만나지 않고 있는 등 개인적인 사례가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지자체들은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는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사유가 담긴 소명서를 받을 예정이지만, 해당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를 검증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다만, 정당하지 않거나 합리적 사유 없이 개인정보 동의에 거부하는 직원에 대해서는 부패행위를 은닉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판단, 엄중 문책하고 수사기관에 명단을 통보할 방침이다.

특히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은 공무원들의 경우 실제 땅 투기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결과에 따라서 이들이 공무원들의 땅 투기 전수조사의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일단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는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자료 제출을 거부한 이유을 파악하고, 합당한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런 가운데 경기도는 현재까지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인근 땅 투기가 의심되는 공무원 2명을 적발, 경찰에 고발했다.

jjang@fnnews.com 장충식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