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요구' 청와대 국민청원 11만4000명 동의
JTBC 시청자게시판에도 제작 중단 요구 봇물
JTBC 시청자게시판에도 제작 중단 요구 봇물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살펴보면 지난 26일 ‘JTBC 드라마 설강화 촬영을 중지시켜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이날 오전 9시 기준 11만4000명 넘는 이들의 동의를 얻었다.
작성자는 “‘조선구마사’ 같은 이기적인 수준을 넘어선 작품이 두 번째로 나오기 직전”이라고 운을 떼며 “민주화 운동에 북한의 개입이 없다는 걸 몇 번씩이나 증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저 작품은 간첩을 주인공으로 했다”고 일갈했다.
이어 작성자는 “그 외에도 다른 인물들이 정부의 이름 아래 인간을 고문하고 죽이는 걸 서슴지 않은 안기부의 미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나라의 근간을 모욕하고 먹칠하는 이 드라마의 촬영을 전부 중지시키고, 지금까지 촬영한 분량들 또한 완벽하게 제거해야 된다”고 요구했다.
국민청원 게시판뿐 아니라 JTBC 시청자 게시판에도 설강화 제작 중단과 폐지를 요구하는 글이 빗발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퍼진 시놉시스에는 반독재 투쟁이 한창이던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호수여대의 학생 영초(지수 분)가 피투성이가 된 남성 수호(정해인)를 운동권 학생으로 생각해 보호하고 치료해 주다 사랑에 빠진다.
문제는 수호 캐릭터가 남파 무장간첩이라는 드라마 설정이 알려진 점이다. 이처럼 간첩이 운동권을 주도한 점, 운동권 학생들을 고문한 안기부 팀장을 ‘원칙적이고 열정적이며 대쪽같은 인물’이라고 소개한 점,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던 실존 인물 천영초의 이름과 비슷한 여자 주인공 이름 등도 논란을 부추겼다.
이에 대해 JTBC 측은 지난 26일 “올 하반기 방송 예정인 ‘설강화’는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 안기부와 간첩을 미화하는 드라마가 결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설강화는 80년대 군사정권을 배경으로 남북 대치 상황에서의 대선정국을 풍자하는 블랙코미디이다. 그 회오리 속에 희생되는 청춘 남녀들의 멜로드라마”라며 “‘남파간첩이 민주화 운동을 주도한다’ ‘학생운동을 선도했던 특정 인물을 캐릭터에 반영했다’ ‘안기부를 미화한다’ 등은 설강화 내용과 다를뿐더러 제작 의도와도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문제로 지적된 부분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고 그저 민주화 운동을 '블랙코미디'로 다루는 것이라며 '제작 의도'만을 강조한 해명에 재차 분노하고 있다.
협찬사의 이른바 ‘손절’ 움직임도 포착됐다. 설강화에 가구를 협찬 중인 흥일가구는 “설강화 이슈를 뒤늦게 접했다. 이에 설강화 측에 가구 협찬 관련 사항을 삭제 요청했다. 홈페이지에 기재된 협찬 드라마 목록에서 삭제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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