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재판 모해위증 교사 의혹'과 관련해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29일 합동감찰 첫 회의를 시작한 가운데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 수사 관행 개선'이라는 명분이지만 박범계 법무부 장관 지시로 합동감찰 구성이 편향되게 꾸려지면서 '짜고 치는 고스톱'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와 대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실무자급 연석회의를 열고 합동감찰의 원칙과 방향 등에 대해 논의했다.
회의 참석자는 법무부측 박은정 감찰담당관, 박진성 부장검사(사법연수원 34기), 장형수 부장검사(35기)가 참석했다. 대검에선 허정수 감찰3과장과 임은정 감찰정책연구관이 실무자다.
박은정 담당관과 임은정 연구관은 검찰 내에서 '양(兩)은정'으로 불리며 친 정권 성향을 보여 왔다. 박 담당관은 지난해 법무부 상관 보고와 결재를 생략하고 '윤석열 총장 징계'를 주도했다. 임 연구관은 '한 전 총리 모해위증 사건' 불기소 처분 과정을 페이스북에 공개하며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고발됐다.
임 연구관은 지난 4일 페이스북에 "(허정수) 감찰3과장과 서로 다른 의견이 있었는데 (윤석열) 총장이 감찰3과장을 주임검사로 지정했다”는 글을 올렸다.
주임검사 지정 전부터 불기소 의견을 제시했던 허정수 검사는 하루 뒤인 5일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대법원에서 한명숙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는 유죄를 받았지만 유죄 판결 과정에서 검찰이 주요 증인에게 거짓 증언을 하게 했는지가 핵심이다. 임 연구관은 그 과정에서 검찰 수사의 문제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합동감찰 구성원 중에 친정권 인사가 다수인만큼 편향된 감찰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 장관은 "검찰의 과거 수사관행이 어땠는지 등을 살펴보기 위한 것"이라며 그동안 문제로 지적되온 검찰의 강압, 인권탄압식 수사를 살펴보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연구관의 '셀프수사' 논란에 대해서는 "이행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면 자체적으로 논의될 문제"라고 말했다.
반인권적 검찰의 수사관행 개선이 아니라 정치인 출신 법무부 장관과 검찰 집단의 힘겨루기로 변질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초기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감찰은 공정함이 생명인데 임은정과 박은정 검사가 참여한 편향된 감찰 결과는 아무도 수긍하지 못할 것"이라며 "짜고 치는 고스톱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 전 총리 사건 무혐의 판단이 나온 것이 윤석열 총장 재직 중이었다"며 "합동감찰 후 문제가 있다고 나오면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전직 보좌관 출신 A씨는 "선거를 앞두고 현직 정치인인 장관이 감찰을 밀어 붙이는 것 같다"며 "검찰 개혁이 명분이지만 향후 정치적으로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한 복선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법무부는 합동감찰의 공정성 및 객관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법무장관 지시에 따라 감찰 참여자들 전원으로부터 보안각서를 제출받기로 했다.
법무부는 "감찰관실과 대검 감찰부는 감찰 진행 경과 및 처리 방안, 개선 계획 수립 등 업무 수행 전반을 긴밀히 협의해 합동감찰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