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성폭력 가해자 해마다 급증
음담패설에 추행·강간까지 다양
여성연예인 성희롱 발언도 논란
男, 불이익 우려 외부 공개 꺼려
음담패설에 추행·강간까지 다양
여성연예인 성희롱 발언도 논란
男, 불이익 우려 외부 공개 꺼려
A씨는 "사수(선배)한테 고민 상담을 하려 말을 꺼내봤는데 '그냥 섹드립(야한 농담을 가리키는 말)인데 왜 민감하게 받아들이냐'고 타박해 문제 삼지 못했다"고 떠올렸다.
여성으로부터 추행과 희롱 등을 당했다고 호소하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직장이나 학교에서 여성 상급자에게 부적절한 성적 접촉이나 언행에 노출되는 사례들로, 그마저도 외부에 공개되는 건 극히 일부뿐이다.
최근 성희롱으로 곤욕을 치른 방송인 박나래, 김민아 사건 이후 여성들의 성추행 및 희롱 문제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요구도 일고 있다. 여성의 성적 발언에 남성과 동등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고 있는 사회 분위기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늘어나는 여성 성폭력 가해자
29일 대검찰청 범죄분석에 따르면 여성 성범죄자 수가 매년 꾸준히 늘어 2019년 1000명대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2005년 41명에 불과하던 여성 성폭력 가해자는 2016년 처음으로 500명을 넘어선 이래 2017년 829명, 2018년 972명, 2019년 1154명으로 증가일로에 있다.
해당 통계는 추행과 강간 등만 추린 것으로, 단순 희롱까지 포함하면 피해 남성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여전히 성범죄 가해자 중 절대 다수가 남성이고 여성 피해자가 훨씬 많은 상황이지만, 여성 성폭력 가해자수 급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각종 통계에선 남성에 대한 여성의 성추행과 희롱이 만연하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2017년 발표한 '남녀 근로자 모두를 위협하는 직장 성희롱 실태'에 따르면 남성 근로자 4명 중 1명이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전체 성범죄 가해자 중 여성 비율도 13.6%에 이르렀다.
2018년 한국노동연구원 조사에서도 남성들의 성희롱 피해가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피해를 주변에 상담한 적 있다는 남성이 무려 13.1%로, 17.5%를 기록한 여성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들 통계 모두 수사기관보다 4배 가량 피해응답률이 높게 나타나, 남성 피해자들이 피해를 당하고도 신고하지않는 경향이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남성 성추행 피해 실태조사 부실
이들 통계는 지난 2017년 경남 진주시청 여자 공무원의 남성 환경미화원 성희롱 사건이 논란이 된 뒤 조사됐다. 사건은 여성 공무원에게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환경미화원들이 시청 게시판에 글을 올려 가해자 처벌을 탄원하며 불거졌다.
당시 이들이 제기한 내용은 여성 공무원이 샤워장을 여러 차례 훔쳐보고 이들의 벗은 몸을 봤다고 조롱했다는 것이었다.
결국 사건은 여러 기관에서 일회적인 조사가 이뤄지게 됐다. 해당 조사에선 일관되게 남성들의 성범죄 피해가 심각한 정도라는 게 확인됐으나 이슈가 잦아들며 추가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여전히 성희롱과 추행 등 피해를 호소하는 남성들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여초 직장의 경우엔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사회복지시설에서 근무하는 3년차 직장인 B씨는 최근 박나래씨의 성희롱 영상을 본 뒤 트라우마가 심해졌다고 주장한다. B씨는 "박나래씨가 방송에서 양발로 식탁다리를 문지르는 모습을 봤는데 나도 상사가 '여자친구가 잘 안 해주냐'며 손으로 물컵을 그렇게 한 적이 있어 생각나더라"라며 "운동했냐며 몸을 쓰다듬거나 하는 짓도 많이 당했는데 입장 바꿔서 내가 그렇게 하면 난리가 날 것"이라고 답답해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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