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북한

"美강도적 주장"vs"김정은 안 만나"..강대강 北-美, 길 잃은 韓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30 15:42

수정 2021.03.30 15:42

김여정 "미국 강도적 주장" 맹비난
백악관 "바이든, 김정은 안 만날 것"
북-미 강대강 대치 국면 난감한 韓
"文, 미국산 앵무새" 담화에 "유감" 표명
"남북미 대화해야".. 정책 기조는 유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북한 미사일 발사 후 북-미가 연일 상호 비판과 견제를 이어가면서 '강대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미사일 발사를 '유엔 결의 위반'이라고 규정, 북-미 정상 대화 재개에 선을 그은 데 대해 북한이 "자위권 침해, 대북 적대정책 철회"로 맞서며 평행선을 달리면서다.

이같은 정세 변화에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하는 한국 정부가 설 자리가 좁아지면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중심의 대북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 김여정 "미국, 강도적 주장" vs 백악관 "김정은 안 만나"..북-미 '강대강' 대치
북-미 긴장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과 미국 백악관의 대치로 확인됐다. 30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여정 부부장은 문 대통령의 서해수호의 날 기념사를 두고 "초보적인 논리도 체면도 상실했다"며 "미국산 앵무새라고 칭찬해도 노엽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김 부부장은 "이처럼 비논리적이고 후안무치한 행태는 우리의 자위권을 유엔 결의 위반이니,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이니 하며 걸고 드는 미국의 강도적인 주장을 신통하게 빼닮은 꼴"이라며 미국에 날을 세웠다.

이번주 후반 미국 워싱턴 DC에서 '바이든 행정부 대북정책 검토 결과'를 주요 의제로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가 예정된 가운데, 북한이 '비난 담화 발표→미사일 발사→미국 반응 관망→미국 반응에 대한 반발'이라는 일련의 '수위 조절' 과정을 통해 미국 대북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한편 미국에 대북 유화정책으로의 선회를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자위권' 주장에 미 국무부·국방부와 백악관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며 동맹국에 대한 위협이라고 재확인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은 2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불법적인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은 국제 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라며 "한미일 동맹이 이러한 도발에 함께 맞서고 한반도 비핵화를 진전시킬 것"이라고 했다. 같은날 미 국방부도 북한 문제가 심화되면 그에 상응하는 대응을 취할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미 백악관은 바이든 행정부 대북정책이 "(전 정권과) 접근방식이 상당히 다를 것"이라며 원칙에 입각한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북-미 정상회담 등 대화 재개에도 선을 그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에 대해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핵 능력 감축에 동의한다는 조건이 있으면 가능하다"며 '핵 감축'을 선제조건으로 거론해왔다. 최근 북한 탄도미사일에 대해서는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 위반으로, 북한이 긴장 고조를 선택한다면 그에 상응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외교적 대화의 문은 열어놓지만 국제 원칙에 입각해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해군 2함대사령부 천자봉함·노적봉함에서 열린 제6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해군 2함대사령부 천자봉함·노적봉함에서 열린 제6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文, 미국산 앵무새" '작심발언'에 韓 유감 표명.. 대화 재개 기조는 유지
문 대통령을 향한 북한의 '작심발언'과 북-미 강대강 대치에 한국 정부는 유감을 표하면서도 '대화 재개'의 대북정책 기조는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30일 김여정 부부장의 '문 대통령은 미국산 앵무새' 담화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 어떤 순간에도 서로를 향한 언행에 최소한의 예법은 지켜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남북미 모두가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임을 분명히 했다. 외교부 당국자 또한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를 조기 달성하기 위해 미국 등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 바, 북한도 이러한 노력에 협력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6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사에서 "지금은 남·북·미 모두가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며 "대화 분위기에 어려움을 주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발언한 바 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 대북정책에 △원칙에 입각한 대응 △인권문제 해결 △한미일 3자 협력이 담길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 정부 또한 대북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와 비교해 한반도 정세가 달라진 데다, 한미 양국이 외교·국방장관 2+2회의에서 "완전히 조율된 대북전략"을 강조한 만큼 미국과 '공동의 목소리'를 내야하기 때문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9일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접근 방식은 상당히 다를 것"이라며 정책 기조 변화를 시사했다.


이와 관련,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는 정상 간 대화 등 탑다운(top-down) 방식을 취했던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명분과 원칙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원칙에 입각한 강경 대응 기조로 갈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인권과 민주주의 등 '가치'를 강조하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북한인권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