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해인싸] 아케고스 사태에 월가 공포 휩싸인 이유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30 16:18

수정 2021.03.30 16:18

빌 황 아케고스투자관리 창업자© 출처-풀러신학재단 홈페이지 /사진=뉴스1
빌 황 아케고스투자관리 창업자© 출처-풀러신학재단 홈페이지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한국계 미국인 빌 황이 운영하는 아케고스캐피털의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사태에 미국 월가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아케고스와 증시 거품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레버리지를 통해 아케고스캐피털과 비슷한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 헤지펀드들이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아케고스캐피털이 막대한 레버리지를 일으키는데 활용한 파생상품에 대해서도 불안한 시선이 쏠리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아케고스캐피털에 돈을 빌려준 초대형 투자은행들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월가가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이날 크레디트스위스의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11.50% 폭락한 주당 11.3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노무라 주가는 14.20% 내린 5.68달러에 마감했다.

두 회사는 이날 성명을 내고 아케고스 사태로 올해 1·4분기 실적에 상당한 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노무라는 20억달러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들 외에도 아케고스와 거래한 은행 목록에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UBS, 도이체방크 등이 있다. 만일 연쇄 마진콜 발생할 경우 월가 전반에 충격이 번질 수 있다.

아케고스캐피털과 비슷한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 헤지펀드들이 더 있을 수 있다는 공포감도 존재한다.

자산운용사 밀러 타박의 수석 시장 전략가 맷 멀레이는 "현재 우려되는 점은 글로벌 시스템에 (아케고스와) 매우 비슷한 포지션을 가진 플레이어들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지난주 벌어진 대량 매도 압박은 확산될 수 있으며 이미 역사상 가장 비싸진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빌 황이 막대한 레버리지를 일으키는데 활용한 파생상품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아케고스캐피털은 월가 대형은행들과 총수입스왑(TRS)라는 파생상품계약을 맺어 레버리지를 일으켰다. 관련 소식통에 따르면 아케고스캐피털이 일으킨 레버리지는 8배, 어떤 거래의 경우 20배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TRS는 주로 증권사나 은행들이 기초자산인 주식을 매입하고 해당 주식에서 발생하는 손익을 비롯한 모든 현금흐름을 아케고스에게 이전한 뒤 수수료를 챙기는 식으로 이뤄진다.

이를 통해 은행과 증권사들은 주식에 투자하지만 주식보유에 따른 이익보상과 손실위험은 아케고스가 떠안는다. 아케고스는 수수료만 내면 자금을 대거 차입,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TRS를 공격적으로 활용했다.

그러나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 급락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아케고스 측에서 지난 26일 증거금 부족이 발생하자 아케고스와 스와프 계약을 맺은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 상당수를 블록딜을 통해 청산했고 이들 주가는 급락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블록딜 규모는 총 300억달러, 34조원 가량이다.

아케고스가 외부자금이 없는 패밀리오피스였던데다 이같은 파생상품 계약을 통해 발생한 포지션은 공시의무가 없기 때문에 규제당국의 감시를 피할 수 있었다.

외부자산을 운용하는 헤지펀드는 특정 기업의 지분 5% 이상을 취득하면 공시 의무가 생기지만 패밀리오피스는 그렇지 않다.

한편 이번 사태가 국내 주식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금융투자업계는 전망했다.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국내 은행 증권사들이 빌황과 크게 거래했을 가능성이 낮고 비아콤, 중국 인터넷 기업들을 장부에 담고 비즈니스했던 (PBS서비스) 회사도 미미할 것 같다"며 "한국 시장에 실제 미치는 영향은 없을거 같다"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김경아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