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뉴스1) 박영래 기자 = "아이 셋 가장인데 3월에 월급 53만원 받았다. 3개월 자택 대기발령 인사조치는 부당하다."(나주배원예농협 직원 손모씨)
"조합원 실태조사 자료를 유출한 건 심각한 범죄행위인데 최대한 배려해 집에서 교육대기발령 조치를 내린 것이다."(나주배원예농협 김모 전무)
나주배원예농협에 근무하는 계장급 직원이 조합원 실태조사 자료를 무단으로 복사한 뒤 유출했다는 혐의로 3개월 자택 대기발령 조치를 받은 사안을 두고 당사자와 해당 조합간 진실공방이 치열하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광주전남지역본부는 지난 24일 나주배원예농협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직장 내 괴롭힘 즉각 중단', '부당한 자택 대기발령 즉각 철회' 등을 요구했다.
노조에서 구제를 요구한 주인공은 이 농협에 근무하는 계장급 직원인 손모씨(51)다. 손씨는 농협 앞에서 현재 1인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손씨는 지난 1월 사무실에서 조합원 실태조사 자료를 무단으로 복사한 뒤 이를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해당 농협 측은 인사위원회를 열어 손씨에 대해 2월1일부터 4월30일까지 3개월간 자택 대기발령 인사조치를 내렸다.
이에 대해 손씨 측은 "조합원 이름과 지역만 나와있는 간단한 서류였고 이를 복사해 유출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죄가 있다면 징계를 해야지 자택 대기발령 조치를 내린 건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손씨와 노조는 농협 측의 이같은 조치를 또 다른 형태의 직장갑질,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정하고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손씨는 "대기발령 조치가 내려지면서 급여는 2월에 88만원, 3월에 53만원을 수령했다"면서 "아이 셋의 가장인데 생활고도 심하다"고 토로했다.
자택 대기발령 조치는 과거 기업들이 근로자를 힘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퇴출을 유도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기법으로 활용됐다. 대기발령 조치가 내려지면 통상 기본급의 70%만 급여로 지급된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도 "대기발령 권한 남용을 넘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조치를 원칙에 맞는 공정한 인사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손씨 측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농협 측은 "사무실 CCTV를 통해서 손씨의 범죄행위를 다 파악했는데도 인정이나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며 "농협 전남지역본부에 사건을 보고하고 인사위원회를 열어 자택 대기발령 조치를 내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농협 측은 손씨가 반성하는 대신 1인 시위 등으로 사건을 확대하자 지난 29일 나주경찰서에 무단침입과 업무방해, 정보유출 혐의로 손씨를 고소한 상황이다.
직장내 괴롭힘 주장과 관련해서도 이 농협의 김모 전무는 "일종의 교육대기발령으로 대기 기간에 복무규정집을 숙지하도록 하고 매일 A4용지에 요약해 제출하도록 한 부분을 놓고 괴롭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 전무는 "안타까운 상황이다"며 "본인이 반성하면 되는데 오히려 사건을 확대시키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번 사건의 논란의 중심이 된 조합원 실태조사 자료는 2019년 3월 치러진 조합장 선거와 관련돼 있다.
선거 뒤 각종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무자격 조합원 투표 문제가 제기됐고 조합원 4명이 조합장 선거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지난해 7월 광주지방법원은 "무자격 조합원 53명이 농업협동조합법을 위반해 선거에 참여했다"며 조합장 선거 무효 판결을 내렸다.
이와 별개로 당시 선거에서 25표 차이로 당선됐던 조합장은 '공동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위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돼 1,2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고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조합장 직무는 현재 정지된 상황이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