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사회

중국만 만족시킨 WHO기원 연구...의문·숙제 산적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31 13:23

수정 2021.03.31 13:23

박쥐→중간숙주→인간 전파
의문점만 남긴 WHO 연구결과
중국만 ‘찬사’...정치화 말아야
코로나 바이러스 /사진=뉴시스
코로나 바이러스 /사진=뉴시스

【베이징·서울=정지우 특파원, 강규민 기자】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연구 국제 전문가팀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간 동물 숙주를 거쳐 인간에게 전염됐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오랫동안 연구한 결과물임에도 기존 이론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내지 못했다는 등의 비판이 잇따라 제기된다. 반면 중국은 이런 WHO 발표에 찬사를 보냈다. WHO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 편향적이라는 논란에 휩싸여 왔다.

■박쥐→중간숙주→인간 전파
전문가팀이 30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박쥐같은 동물에서 중간 동물 숙주를 통해 인간에게 전파됐다는 가설의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박쥐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바이러스가 발견됐는데, 둘 사이에는 수십 년의 진화적 거리가 존재하기 때문에 무언가 중간 고리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문가팀은 천산갑에서도 매우 비슷한 바이러스가 발견됐다면서 박쥐에서 출발해 최소 한 번 이상 종간 전염이 있었을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박쥐가 비슷한 바이러스를 옮기는 것으로 알려진 지역의 야생 동물 농장에서 중국 우한으로 수입된 육류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전문가팀은 이와 함께 △박쥐, 밍크 등 1차 동물 숙주에서 인간으로 바이러스 직접 전파설은 ‘가능성이 있다’ △콜드 체인(냉동식품 운송)을 통한 전파설은 ‘있을 수 있다’고 결론 냈다. 콜드체인 논리는 중국학자들을 중심으로 제기됐고 관영 언론도 외부 전파에 공을 들어왔다.

일부 서방국가에서 제기된 △실험실 유출설은 ‘극히 드문’ 가설이라고 전문가팀은 덧붙였다. WHO전문가팀은 국제 전문가 17명과 중국 전문가 17명이 지난 1월 14일부터 2월 10일까지 28일 동안 중국 우한에서 공동 연구했다.

지난 2월9일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들이 우한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월9일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들이 우한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의문점만 남긴 WHO 연구결과
그러나 연구 결과가 오히려 의문점만 남겼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부록을 제외하고 120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를 내놓고도 새로운 것이 없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WHO와 중국이 공동 조사한 보고서는 세부 사항들로 넘쳐나지만, 심오한 새로운 통찰력을 담고 있지 않다”고 혹평했다.

WHO와 공동 조사에 나선 중국 측의 자료 협조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불충분한 자료를 비판하는 의견도 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최근 CNN과 인터뷰에서 “미국은 중국 정부가 명백하게 그것을 작성하는 데 도움을 줬다는 사실을 포함해 그 보고서에 들어간 방법론과 과정에 대해 실질적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튜 캐버나 조지타운대 교수는 성명을 내고 “중국 정부가 필요한 모든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하고, 그들이 그럴 때까지 더 확고한 결론은 어려울 것”고 꼬집었다.

보고서가 예정보다 한 달 이상 지연됐지만 제대로 된 설명이 없다는 점도 의혹이다. 보고서는 우한에서 조사가 마무리된 지 48일이 지나서야 공개됐다.

AP 통신은 “보고서 발표의 계속되는 지연으로 중국 측이 결론을 왜곡하려고 했는지 여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고 진단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 중국 외교부 자료 사진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 중국 외교부 자료 사진

■중국만 ‘찬사’...정치화 말아야
한국과 미국, 일본, 호주 등 14개국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 정부는 공동 성명을 내고 “우리는 SARS-CoV-2(코로나19 바이러스)의 근원에 대한 국제 전문가의 연구가 상당히 지연되고 완전한 원자료와 샘플에 대한 접근이 부족했다는 점에 대해 공통으로 우려한다”면서 “인간에게 전파된 수단을 찾기 위한 동물 추가 연구 필요성 등 이번 연구의 결과와 권고안에 주목하며 전문가 주도의 2단계 연구를 위한 모멘텀을 촉구한다”고 제안했다.

중국의 반응은 대조적이다. 중국 외교부는 31일 홈페이지에 문답형식의 입장문을 내고 “코로나19 기원 조사에 참여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과학, 근면, 전문성에 찬사를 보낸다”고 밝혔다.


이어 “전문가들의 순조로운 업무 수행에 협조한 것은 중국의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책임지는 태도를 보여준다”면서 “이 문제를 정치화하는 행위는 협력을 방해하고 방역 노력을 파괴해 더 큰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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