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악범죄자도 변호받을 권리"
"돈이면 뭐든…비난받아 마땅"
"돈이면 뭐든…비난받아 마땅"
3월 3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해 보면 상당수 변호사들이 "흉악한 범죄자일지라도 변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다만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란 입장도 적지 않았다.
성범죄 가해자를 다수 변호한 이력이 있는 변호사 A씨는 "확정된 사건조차 나중에 뒤집힐 수 있고 재심사건들을 보면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억울한 점이 있으면 의뢰인 편에서 억울함을 풀기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설계된 게 지금의 제도"라고 말했다.
변호사 B씨 역시 "변호사법 제31조의 수임제한 사유에 '악자'는 들어있지 않다"며 "공중으로부터 비난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그 선택에 따른 부담도 변호사가 진다고 하면 문제될 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C변호사는 "극악한 사건일수록 사건이 더 방대하고 어렵다"며 "흉악 범죄자가 제대로 된 변호를 받으려면 많은 돈을 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D변호사는 "대중들이 먼저 판단을 내리고 죄인이라고 손가락질하며 변호도 하지 말라고 하는 건 인민재판"이라며 "협박하고 인터넷카페에 비방성 글도 올리는 폭력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고액 수임료를 받고 흉악범 사건을 맡는 건 업계에도 부정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E변호사는 "누가 봐도 문제가 많은 사람들한테 거액을 받고 법의 허점을 이용해 조금 (형을) 깎자고 하는 그런 경우가 많다"며 "'좋은 변호사는 죽은 변호사'라거나 '돈만 주면 악마도 돕는 게 변호사'라는 말이 있는데, 업계 전체를 욕먹이는 짓"이라고 평가했다.
F변호사는 "내부 논의에서 아동성범죄나 집단강간 같은 사건은 수임하지 말자고 암묵적 합의를 봤다"며 "우리가 변호해서 이기든 지든 더 나은 세상이 되도록 하는 게 법조인의 길이 아니냐 (그런 얘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변호사 G씨는 "로펌과 변호사 이름까지 알려지니 사임은 했지만 뒤에서 계속 조언을 하는 변호사도 있더라"며 "비난은 싫고 이득은 챙기고 싶고 그런 모습이 보기 안 좋은 게 사실"이라고 증언했다.
H변호사는 "마약, 성범죄 등 변호사들이 거절한 사건이 특정 변호사에게 몰리는 경우가 있다"며 "가해자들 사이에서 정보교환이 일어나니 알음알음 찾게 되고, 별 생각 없이 영업전략 삼아 그런 사건을 맡는 게 아닌가"라고 평가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